체험학습 도중 발생한 사고로 교사가 법정 구속되거나 형사 처벌을 받는 판결이 잇따르며 학교 현장의 '수학여행'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
21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분회장 7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 현장체험학습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숙박형 체험학습을 진행한 학교는 53.4%에 그쳤다.
현장의 교사들은 체험학습을 교육이 아닌 '고위험·고부담 업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설문에 응한 교사의 89.6%는 사고 발생 시 개인이 형사책임까지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준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행정업무 역시 84.0%가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이로 인해 당일치기 소풍만 가거나(25.9%), 아예 모든 외부 활동을 중단한 학교(7.2%)도 적지 않다.
교사들은 가장 시급한 개선책으로 '교사 형사책임 면책 강화(80.9%)'를 꼽았다. 숙박형 체험학습 제한(30.8%)과 안전조치 기준 명확화(26.6%)가 그 뒤를 이었다.
전교조 측은 "교사가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학생들의 학습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교육활동 중 사고에 대해 '업무상과실 치사·상 죄'를 적용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법원의 엄벌 기조는 뚜렷하다. 지난해 강원 속초에서 체험학습 도중 초등학생이 차량 사고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담임교사는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올해 1월에도 유치원생 익사 사고와 관련해 인솔 교사들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가 내려졌다. 전교조는 정부를 향해 "숙박형 체험학습 운영 기준을 재검토하고, 교사가 수업 등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 업무를 정비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