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21일(화)

"담배보다 약물이 더 흔하다"... 청소년 5.2% 마약류 경험, 흡연 첫 추월

전국 중·고등학생 20명 중 1명이 ADHD 치료제, 식욕억제제, 수면제 등 마약류를 의료 목적이 아닌 용도로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청소년 흡연 경험률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학업 스트레스와 입시 경쟁이 청소년들을 약물 오남용으로 내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9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청소년 유해약물 사용 실태 및 정책방안연구'에 따르면, 전국 중·고등학생 338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2%가 7종의 마약류 중 최소 1개 이상을 비의료용으로 사용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평생 담배를 피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 비율 4.2%를 웃도는 수치다.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오남용하는 마약류는 ADHD 치료제로 나타났다. 최근 6개월 이내 의료 목적이 아닌 용도로 마약류를 사용한 청소년 중 24.4%가 ADHD 약물을 사용했다고 응답했다. 뒤이어 식욕억제제 20.0%, 수면제와 신경안정제·항불안제가 각각 13.3%를 기록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ADHD 치료제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처방되는 약물이지만, 일부 학군지를 중심으로 '공부 잘하게 하는 약'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면서 관련 증상이 없는 학생들의 복용이 증가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오남용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용 빈도 측면에서도 ADHD 약물의 오남용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개월 동안 ADHD 약을 복용한 청소년에게 한 달 평균 복용 횟수를 묻자 23.1%가 '20회 이상'이라고 답했다. '6∼19회' 복용했다는 응답도 7.6%에 달했다.


연구원은 "단순한 호기심이나 일시적 사용을 넘어, 집중력 향상이나 학업 효율 증진을 목적으로 약물을 사용하는 경향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공부를 잘하게 해준다'는 잘못된 정보로 알려진 ADHD 치료제 메틸페니데이트의 처방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메틸페니데이트 처방 환자는 39만 2000명으로 4년 전 17만 530명보다 2.3배 급증했다. 전년 대비로도 5만 4644명(16.2%) 늘어난 수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청소년들의 카페인 의존도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4.5%가 한 달에 최소 1번 이상 커피를 마신다고 답했으며, 19.9%는 6∼19회, 5.0%는 20회 이상 마신다고 응답했다.


고카페인 음료 섭취율은 더욱 높았다. 한 달에 1번 이상 마신다는 응답이 61.2%로 커피 섭취율을 넘어섰다. 특히 한 달에 10회 이상 마신다는 응답이 10.8%를 기록해 청소년 10명 중 1명은 카페인 중독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이유로는 '시험공부나 과제를 하려고'가 57.8%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연구원은 "학업과 입시 스트레스가 집중되는 시기일수록 피로 회복과 각성 유지를 위해 카페인에 의존하는 경향성이 두드러진다"며 "단순한 음료 소비가 아니라 과열된 입시경쟁 속에서 각성과 집중이 하나의 생존 전략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마약류 예방교육을 위해 교사용 지도서를 개발해 배포하고 있다. 지난해 개발·배포한 중학교·고등학교용 교사 지도서에는 고카페인 남용 예방, 식욕억제제 오남용 예방, '공부 잘하는 약'으로 잘못 알려진 ADHD 치료제 오남용 예방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