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톡 쏘는 냄새와 노란 빛깔로 익숙한 유황비누가 최근 '천 원의 행복'이나 '만능 피부 해결사'로 불리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모낭염부터 여드름, 무좀까지 다 고쳐준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도 필수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황비누가 가진 강력한 세정력과 살균력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년 차 편집기자의 시선으로 유황비누의 실체와 안전한 사용법을 짚어봤다.
유황을 이용한 피부 치료의 역사는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람들은 유황 연고로 피부병을 다스렸고, 이는 현대 유황비누의 모태가 됐다.
1970년대 중국에서 '상해 유황비누'가 대량 생산되며 가구마다 하나씩 구비하는 국민 상비약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최근에는 거품 타입의 액상 유황비누까지 등장하며 특유의 냄새는 줄이고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유황비누의 핵심 원리는 유황 성분이 피부 분비물과 만나 유화물을 생성하면서 살균 작용을 하고 피지 분비를 억제하는 데 있다.
하지만 시중의 광고처럼 유황비누가 모든 피부병을 뿌리 뽑는 '신약'은 아니다. 유황비누는 강한 알칼리성을 띠는데, 우리 피부는 본래 약산성을 유지해야 건강하다.
세정력이 지나치게 강한 유황비누를 매일 사용하면 피부 장벽이 무너져 오히려 건조함과 따가움, 홍반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얼굴처럼 민감한 부위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상황에서 유황비누를 써야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첫째는 땀을 많이 흘려 진균 감염이 우려될 때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번식하기 쉬운 진균을 억제하는 보조 수단으로 유황비누 샤워가 도움이 된다.
둘째는 겨드랑이나 발의 지독한 냄새를 잡고 싶을 때다. 유황의 항균 작용이 땀 성분의 분해를 막아 불쾌한 향을 줄여준다.
셋째는 머리나 얼굴에 기름기가 너무 많아 모낭염이나 지루성 피부염이 생겼을 때다. 일시적으로 피지를 조절하고 살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때도 증상이 완화되면 즉시 사용 횟수를 줄여야 한다.
반대로 유황비누를 멀리해야 하는 이들도 명확하다. 피부가 얇고 피지 분비가 적은 노년층에게 유황비누는 치명적이다.
가뜩이나 건조한 피부에서 기름기를 몽땅 앗아가 가려움증을 악화시킨다. 건성이나 민감성 피부를 가진 사람도 마찬가지다.
피부 장벽이 이미 약해진 상태에서 유황 성분은 강력한 자극제로 작용해 화끈거림을 유발할 수 있다. 피부가 연약한 어린이나 임산부 역시 전문의 상담 없이 임의로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유황비누를 둘러싼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진드기 박멸이 곧 여드름 완치'라는 공식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 피부에는 모낭진드기가 공생하고 있으며, 개체 수가 비정상적으로 늘지 않는 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무리하게 진드기를 없애려다 피부 장벽만 손상될 수 있다. 여드름 역시 모공 막힘과 호르몬, 세균 증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이라 비누 하나로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하다.
유황비누를 안전하게 쓰려면 몇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시중 제품의 유황 농도는 보통 5%에서 10% 사이인데, 농도가 높을수록 자극도 커진다.
처음 사용할 때는 귀 뒷부분이나 팔 안쪽에 살짝 발라 24시간 동안 이상 반응을 살펴야 한다.
사용 시간은 1분에서 2분 내외가 적당하며, 주 2~3회 정도로 횟수를 제한하는 것이 좋다.
사용 후에는 반드시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유황비누는 보조적인 위생 용품일 뿐, 피부 질환이 심하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처방을 받는 것이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