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왕실 계승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현행 남계 남자 계승 원칙을 유지하면서 구 왕족 가문에서 양자를 들이는 방안과 여성 왕족의 혼인 후 신분 유지 방안이 주요 검토 대상으로 떠올랐다.
지난 15일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일본 여야는 이날부터 왕족 수 확보를 위한 협의를 1년 만에 재개했다고 밝혔다. 이번 논의는 일본 왕실이 직면한 계승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황실전범 제1조는 왕위 계승에 대해 "남계 남자가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왕족 여성이 왕족이 아닌 사람과 결혼할 경우 왕족 신분을 상실한다고 규정했다. 여기서 '남계 남자'는 왕실 남성의 혈통을 이은 남자를 의미한다.
현재 나루히토 일왕에게는 아들이 없고 아이코 공주만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왕위 계승 1순위는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인 후미히토 왕세제이며, 2순위는 후미히토 왕세제의 아들 히사히토다. 하지만 히사히토가 왕위를 계승한 후 남자 후손을 두지 못한다면 계승 후보가 사라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여야가 검토하기로 한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구 왕족 가문의 남계 남자를 양자로 입적시켜 왕족으로 복귀시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여성 왕족이 혼인 후에도 왕족 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구 왕족 가문은 과거 왕실 방계 출신을 가리킨다. 일본은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 새로운 황실전범을 제정하면서 직계와 거리가 먼 방계 51명의 왕족 신분을 박탈한 바 있다. 현재 논의되는 방안은 이들의 후손 중 남성을 직계 가문의 양자로 받아들여 왕족 남성 수를 늘리자는 것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지난 12일 "왕통에 속하는 남계 남자를 왕족으로 입적하는 안을 최우선으로 삼아 국회에서 논의를 주도하겠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구 왕족 남계 남성을 양자로 받아들일 경우 여성 일왕 가능성이 더욱 멀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역사상 고대부터 여성 일왕이 존재했으나, 메이지 시대(1868~1912년) 군 통수권자로서의 일왕 지위가 강조되면서 여성의 왕위 승계가 금지됐다.
2024년 4월 교도통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일본 국민의 90%가 여성 일왕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일왕 찬성 이유로는 50%가 '일왕 역할에는 남녀가 관계없다'고 응답했다.
아사히신문은 양자 허용 등의 방안에 대해 "남성에 대한 집착이며, 가부장주의적 경향과 궤를 같이하는 것처럼 비친다"며 "국민의 폭넓은 이해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