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이란에 50만 달러(약 7억 4000만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한다.
외교부는 지난 14일 유엔 등 국제사회의 요청에 따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를 통해 이란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중동 지역 인도적 지원은 지난달 레바논에 200만 달러를 지원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이번 지원 결정은 외교부장관의 대이란 특사 파견 과정에서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 문제와 관련해 이란과 진행 중인 협의에 이번 인도적 지원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어제 "외교적 협상과 군사적 압박이 병행 전개되는 해협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는 가운데 유관국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주 정병하 극지협력대표(대사급)를 외교장관 특사로 임명해 이란으로 파견했다. 특사팀은 이란 외교 차관 등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한국 선박 26척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이는 선박과 선원의 안전 보장은 물론 향후 해협 재개방 시 신속한 통항을 요청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는 2000여 척의 선박이 몰려 있어 에너지 수급 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재개방 즉시 빠른 통항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란은 앞서 한국이 선박 정보를 제공하면 통항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과 이란의 재협상이 이번 주말 급진전될 가능성에 대비하는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는 이란에 대한 7억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이 우리 선박 통과와 직접 연계된 조치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쟁 이후 이란 등 중동 지역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재 우리 정부는 이란과의 양자 협의뿐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다자간 화상회의에도 참석하고 있다.
한편 협상 결렬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역봉쇄 조치를 단행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작전이 개전 이후 가장 난이도가 높을 것이라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미 CNN은 "이란전 6주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 해군에 이번 전쟁에서 가장 어려운 임무를 부여했다"고 보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최고사령관을 지낸 전 미 해군 제독 제임스 스타브리디스는 CNN에 "해협을 봉쇄하려면 만 외부에 2개 항공모함 강습단 및 군함 12척이, 만 내부에 최소 6척의 구축함이 각각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조건이 충족돼도 대규모 선박 흐름을 통제하려면 물리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겹봉쇄'가 오히려 이란에 유리한 전황을 만들어 준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란 전문가인 발리 나스르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미국의 해협 봉쇄가 이란보다 세계 경제에 더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이란은 계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친이란 대리 세력인 예멘 후티 반군을 움직여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까지 시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