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16일(목)

하청 대표 구속으로 안 끝났다...검찰, HD현대중공업 본사 압수수색

검찰이 2024년 말 울산 조선소 앞바다에서 발생한 20대 잠수부 사망 사건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 본사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하청업체 대표를 재판에 넘긴 데 이어 수사 범위가 원청 본사로까지 번지면서 중대재해 책임 규명도 한층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지난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방검찰청 형사5부는 이날 오전부터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와 서울사무소에 검사와 수사관 30여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잠수부 사망 사건과 관련해 본청 기업의 혐의가 파악됐고, 중대재해 수사 경험을 토대로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강제수사는 현장 하청업체에 머물던 책임 추궁이 원청 본사 차원으로 확대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고 당시 원청은 HD현대미포였지만, 이후 HD현대중공업에 흡수합병됐다. 검찰은 HD현대중공업 자체의 중대재해 관리 소홀 여부를 별도로 들여다보는 방향으로 수사를 넓혔다.


울산 HD현대중공업서 잠수함 화재... 60대 작업자 '실종' / 사진제공HD현대


사고는 2024년 12월 30일 HD현대미포 울산조선소 1안벽 인근 해상에서 발생했다. 하청업체 대한마린산업 소속 잠수부 김기범 씨는 선박 하부 수중 촬영 작업을 하던 중 숨졌다. 김씨는 동료와 함께 1차 잠수 작업을 마친 뒤 복귀했지만, 8분 뒤 혼자 다시 물에 들어갔다가 약 4시간 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30분 분량의 공기통을 착용한 채 혼자 입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쿠버 잠수 작업은 원칙적으로 2인 1조로 이뤄져야 하지만, 이런 기본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게 수사당국 판단이다.


울산해양경찰서와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사고 발생 약 1년 3개월 만인 올해 3월 대한마린산업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 HD현대미포 전 대표이사와 안전관리자 등도 불구속 상태로 함께 송치됐다.


다만 사고 당시 원청 법인에 대한 처벌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중대재해처벌법상 법인에 대한 벌금형 부과 가능성은 있지만, 사고 당시 원청인 HD현대미포가 지난해 12월 HD현대중공업에 흡수합병되면서 법인 자체가 소멸한 탓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법인 합병 시에는 형사 책임이 승계되지 않는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사고 당시 원청 법인의 형사 책임을 그대로 지지 않아도 된다.


이번 수사의 초점은 HD현대미포 울산조선소를 흡수한 현재의 HD현대중공업이 별도의 안전관리 책임을 지고 있는지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하청 대표 구속기소로 1차 책임 추궁은 이뤄졌지만, 검찰은 본사 압수수색까지 나섰다. 해당 사건은 현장 하청업체의 일탈이나 단순 관리 부실만으로 보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 제공 = HD현대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들에 대한 추가 소환 조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현장 사고로 시작된 수사가 본사 안전관리 체계 전반을 겨누는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중대재해 수사의 책임선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가늠할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