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15일(수)

간단히 낮술 한 잔?... 요즘 Z세대가 밤 대신 '오후 3시'에 칵테일 주문하는 이유

Z세대가 주도하는 새로운 음주 문화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밤늦게까지 이어지던 기존의 음주 관행에서 벗어나 낮이나 이른 저녁 시간에 가볍게 술을 즐기는 이른바 '데이캡(daycap)' 문화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자리 잡는 모습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는 소비와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는 세대로 평가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이들이 선택한 음주 방식 역시 다르다. 늦은 밤까지 취해 있기보다 낮 시간을 활용해 술자리를 갖고 일찍 귀가하는 방식으로, 다음 날의 일상과 컨디션까지 고려한 보다 계획적인 소비 행태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최근 데이캡 문화를 조명하며 "Z세대는 기성세대보다 더 의도적으로, 더 이른 시간에 술을 마시는 경향을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음주 습관을 고려하면 다음 칵테일은 오후 3시에 마시게 될지도 모른다"고 표현했다.


핵심은 단순히 술을 덜 마신다는 데 있지 않다. Z세대는 음주량 자체는 이전 세대보다 적은 편이지만, 술을 마시는 시간과 장소, 분위기, 함께하는 경험까지 종합적으로 따지는 성향이 뚜렷하다. 


과거 음주가 '취하기 위한 소비'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즐기기 위한 경험 소비'로 성격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캐롤라인 베글리 앱솔루트 미국 마케팅 부사장은 "젊은 소비자들은 어떤 술을 마실지뿐 아니라 언제, 어떤 분위기에서 마실지까지 의도적으로 선택한다"며 "브런치 같은 낮 시간대 모임에서 술을 즐기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에서도 이런 변화는 확인된다. 럼 브랜드 바카디가 올해 발간한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법적 음주 연령대의 Z세대 소비자 가운데 약 34%는 늦은 밤보다 이른 저녁에 술을 마시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밤에 마시는 '나이트캡(nightcap)' 대신, 낮에 가볍게 즐기는 데이캡이 새로운 주류 문화로 부상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건강 관리와 효율성을 꼽는다. 


주류 전문가 몰리 혼은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하루 중 이른 시간에 술을 마시면 자연스럽게 도수가 낮은 술을 선택하게 되고 외출도 일찍 마무리하게 된다"며 "이는 더 나은 휴식과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이어 "젊은 세대는 단순히 빨리 취하기 위한 높은 도수보다 맛과 경험을 우선순위에 두고 술을 고른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도 변화는 뚜렷하게 감지된다. 


미국 필라델피아 더 리튼하우스 호텔의 식음료 디렉터 앤서니 아빌레스는 "레드불 보드카나 예거밤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며 "낮 모임은 일찍 귀가할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정신 건강 관리와 숙취 부담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낮 시간대에 적합한 저도수 칵테일과 무알코올 칵테일, 이른바 '목테일(mocktail)'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아빌레스는 "예전에는 목테일이 구색 맞추기용 메뉴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반드시 갖춰야 할 핵심 라인업이 됐다"고 평가했다.


국내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음주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도수가 낮고 맛있는 술을 음식과 함께 가볍게 즐기거나, 아예 술 자체를 기성세대보다 멀리하는 경향도 뚜렷하다.


실제 관련 지출은 빠르게 줄고 있다. 


NH농협은행이 지난 1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0대와 30대의 주점 소비 금액은 각각 전년 대비 20.9%, 15.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주류 구매액도 20대는 7.9%, 30대는 4.5% 줄었다.


반면 무알코올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술에 취하지 않으면서도 분위기와 경험은 즐기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무·비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2021년 415억원에서 2023년 644억원으로 확대됐으며, 2027년에는 956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Z세대의 데이캡 문화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주류 소비의 문법 자체를 바꾸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많이 마시고 오래 버티는 방식이 아니라, 가볍게 즐기고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하는 음주가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주류업계 역시 저도수, 무알코올, 경험 중심 제품 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