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직접 풀겠다고 했던 사내하청 문제가 다시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포스코가 포항·광양 제철소 협력사 현장직 약 7천명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놨지만, 현장에서는 발표 직후부터 환영보다 경계가 먼저 나왔다. 겉으로는 대규모 직고용 결단이었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기존 정규직과 같은 체계로 편입되는지조차 아직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4일, 장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하청 불법파견 문제를 단순한 소송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고 규정했다. 2022년 대법원 판결 뒤 직접고용이 이뤄졌지만 직군 차이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도 했다. 장기 소송과 현장 갈등을 함께 정리할 해법을 내놓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포스코는 4월 7일 조업 지원 협력사 직원 약 7천명을 순차적으로 직접 고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회사는 원·하청 구조 문제를 손보고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포항·광양 제철소 생산 현장에서 조업과 직접 연관된 지원 업무 인력이 우선 대상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발표 뒤 쟁점은 곧바로 숫자에서 방식으로 옮겨갔다. 현장에서는 사측이 '조업시너지(S) 직군' 신설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고, 노조는 이를 직고용 형식을 빌린 차별적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포스코가 7천명을 안으로 들인다고 해도 기존 생산직과 다른 틀로 운영된다면, 이름만 바뀐 또 다른 이중구조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노조 반발은 이미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와 포스코사내하청광양지회는 13일 광양제철소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건 없는 온전한 정규직 전환과 원청의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 소송 당사자인 노조와 아무 합의 없이 로드맵을 발표한 것은 불법파견 책임을 줄이려는 일방적 조치라는 게 노조 주장이다.
시점도 포스코에 불리하게 읽힌다. 오는 4월 16일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대법원 선고가 예정된 가운데,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이미 4월 8일 포스코의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원청 책임이 더 무거워진 상황에서 나온 7천명 직고용 카드가 갈등 해소보다 사법 리스크 관리에 더 가까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특별 직군으로 가는 방향은 맞지만 어떤 형태와 방식으로 운영할지는 아직 검토 중이며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이 설명은 회사의 방어 논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번 방안의 약점을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직접고용의 외형은 먼저 제시했지만 정작 현장이 가장 궁금해하는 임금, 승진, 직무 체계가 기존 생산직과 어떻게 다른지는 아직 답하지 못하고 있다.
장 회장이 직접 사회문제로 규정하고 해법을 약속한 사안이다. 하지만 지금 현장이 묻는 것은 임금·승진·직무 체계가 기존 생산직과 어떻게 다른지, 숫자가 아니라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