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창업세대의 경영철학과 도전의 순간을 인공지능(AI)으로 되살려 구성원들과 공유한다. 창립 73주년을 맞아 그룹의 성장사를 돌아보는 동시에, AI 시대에도 이어질 SK의 정신과 방향성을 다시 한번 내부에 새기겠다는 취지다.
14일 SK그룹은 최종건(1926~1973) 창업회장과 최종현(1929~1998) 선대회장이 구성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5분 분량의 AI 영상을 지난 13일부터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1층 미디어월에서 상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은 사내방송으로도 송출돼 구성원 누구나 시청할 수 있다.
이번 영상은 창립 73주년을 계기로 제작됐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선경직물을 1953년 다시 일으켜 세운 장면에서 출발해, 섬유와 석유, 이동통신, 반도체로 이어진 SK의 성장 과정을 압축해 담았다. 창업세대가 남긴 어록과 경영 일화를 바탕으로 그룹의 뿌리와 도전의 역사를 되짚는 구성이다.
영상 속 최종건 창업회장은 잿더미 속에서 다시 시작한 선경직물의 재건 과정과 함께 1958년 나일론 생산 결단, '닭표안감'의 흥행, 워커힐호텔 인수 등 주요 장면을 돌아본다. 그는 "할 수 있고, 해야 되고, 하면 된다는 게 내 신념"이라고 말하며 창업기의 패기와 실행력을 전한다.
1973년 형의 뒤를 이어 경영을 맡은 최종현 선대회장은 선경을 세계 일류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 아래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를 추진한 과정을 회고한다. 동시에 "끊임없이 준비하고 계획하고 도전하라", "기업가라면 늘 10년을 내다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통해 장기적 시야와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영상에는 오늘날 SK의 ICT 경쟁력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이동통신사업 진출 결정도 담겼다. 당시 모두가 미래를 확신하지 못하던 시기에 과감한 결단을 내렸고, 이는 1994년 한국이동통신 인수로 이어지며 현재의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로 연결되는 기반이 됐다.
영상 말미에는 "두 분에게 물려받은 치열함과 고귀한 정신, 단단한 저력으로 다시 한번 크게 도약하는 새 역사를 써 내려가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2022년 창립기념사도 함께 담겼다. 이번 AI 영상 역시 최 회장이 "AI를 활용해 SK그룹 창업세대가 간직한 패기와 지성의 DNA를 구성원과 나누면 좋겠다"고 제안하면서 제작이 이뤄졌다.
SK그룹이 창업세대를 기리는 영상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컴퓨터그래픽이나 대역 실사 촬영이 아니라, 영상 전체를 AI 기반으로 제작한 것은 처음이다. 과거 발간된 그룹 사사와 선대회장 저서, 지난해 디지털 복원한 육성 녹음 테이프 3000여 건으로 구성된 '선경실록' 등 축적된 사료를 바탕으로 AI가 이야기를 구성하고 영상을 구현했다.
해당 영상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선혜원에서 열린 창립 73주년 메모리얼데이 행사에서도 상영됐다. 영상을 시청한 최 회장은 "영상과 음성의 정확도가 상당한 수준"이라며 "1~2년 뒤면 수준이 훨씬 더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창업과 석유, 이동통신, 반도체로 이어진 그룹의 성장 역사가 AI로 이어지는 시점"이라며 "창업세대의 유산인 '패기'와 '지성'이라는 초심이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구성원들에게 나침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