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안전수칙을 무시한 '화기 작업'이 소방관 2명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으로 이어졌다.
지난 13일 전남 완도경찰서는 수산물 가공업체 냉동창고에서 불을 낸 혐의(실화)로 중국 국적의 30대 외국인 근로자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지난 12일 오전 완도군 군외면의 한 냉동창고에서 노후된 바닥 페인트(에폭시)를 제거하던 중 발생했다.
당시 A씨는 에폭시를 벗겨내기 위해 토치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가연성 물질이 가득한 현장에서 화열 기구를 사용한 점이 결정적 화근이 됐다. 특히 사고 당시 현장에는 화기 작업의 기본인 '2인 1조' 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공업체 대표인 60대 B씨는 A씨에게 작업을 지시한 뒤 자리를 비웠던 것으로 파악됐다.
불이 나자 B씨가 뒤늦게 자체 진화를 시도했으나 불길을 잡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가열 장비를 사용한 A씨의 과실이 명백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현장 관리 책임이 있는 B씨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 소재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화재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실화자에게 소방관들의 순직 책임까지 묻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A씨의 과실로 화재가 시작됐더라도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소방관 고립 사고는 예측하기 힘든 돌발 상황인 만큼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놨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22명으로 구성된 합동 감식반은 이날 현장 감식을 진행하며 정확한 사고 경위 파악에 주력했다.
지난 12일 오전 8시 25분쯤 시작된 이 날 불은 1차 진압 후 철수했던 소방대원들이 다시 치솟는 연기를 잡기 위해 내부로 2차 진입했다가 갑자기 확산한 화염에 갇히면서 참변으로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