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의심 소아가 세브란스병원서 소아신경외과 의사 부족으로 수용 거부당하며 의료 안전망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10세 아들을 둔 A씨는 최근 아들이 머리를 다친 뒤 오른팔 마비 증상을 보이자 정부 앱 '응급똑똑'의 권고에 따라 신촌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하지만 병원 측은 "소아신경외과 의사가 은퇴 예정이라 초진 환자 수용이 불가능해 진료를 볼 수 없다"며 수용을 거부했다.
A씨는 119와 다른 병원에 수차례 문의한 끝에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해서야 겨우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번 사건은 의료 인프라가 집중된 서울에서조차 소아 전문의 부족으로 인한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세브란스병원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소아신경외과 인력을 보유한 곳이었으나, 전문의 은퇴로 인한 공백조차 메우지 못할 정도로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로 전국 소아신경외과 전문의 분포 현황은 처참한 수준이다. 지난해 7월 기준 전국 소아신경외과 전문의는 단 9.5명에 불과하며, 이들 모두가 서울 대형병원에만 몰려 있다.
지방은 아예 전문의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라 응급 수술이 필요한 밤이나 주말에는 사실상 진료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A씨는 "119에서도 소아신경외과 진료가 가능한 병원은 모르니 일일이 전화해서 알아보라 했을 때 막막한 기분이었다"며 "서울에서마저 응급의료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체감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현장의 한 소아신경외과 교수는 "소아외과 수술은 고난이도 술기가 적용돼야 하는데 낮은 수가로 전공의들이 선택하지 않는다"며 "합당한 수가를 제공해 진료체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정부가 의대 증원 등으로 필수의료 인력을 양성하고 병원들이 해당 의사를 여러 명 채용하게 한 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는 식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