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11일(토)

의사 판정도 없었는데 '사망' 정정 공시... HD현대중 잠수함 화재, 기준이 흔들렸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정비 중이던 해군 잠수함 화재로 내부에 고립된 60대 여성 근로자에 대해 회사가 부상 공시를 하루 만에 사망 공시로 고쳐 잡았다. 현장 구조 작업이 이틀째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고 해도 의료진의 공식 사망 판정도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행정 판단이 의료적 확인보다 앞서 기업 공시를 움직인 경위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10일 HD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회사는 전날 화재 당시 잠수함 내부에 고립된 근로자 A씨를 부상자로 공시했다가, 하루 만에 사망자로 정정하는 중대재해 발생 공시를 냈다. 회사는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고용노동부 보고와 중대재해 공시 의무가 뒤따르는 만큼, 관련 절차에 따라 정정이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쟁점은 공시 시점이다. 당시 소방당국의 구조 작업은 이틀째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A씨에 대한 공식적인 사망 판정도 아직 내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통상 사망 판정은 의사가 확인한 뒤 사망진단서를 발급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런데도 회사 공시는 구조 종료나 의료 판단보다 먼저 사망 쪽으로 움직였다.


HD현대중공업 전경. HD현대중공업 제공


이번 정정 공시의 배경에는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의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지청은 현장에서 소방 구조대로부터 A씨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을 듣고, 이를 토대로 중대재해 발생 보고서를 작성해 본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회사도 공시 내용을 부상자에서 사망자로 수정했다.


노동부 울산지청은 초동수사 필요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사망 사고에 준해 수사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신속한 초동 대응을 위해 중대재해 발생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행정당국이 현장 판단을 근거로 사고 성격을 먼저 규정한 것이다.


남는 질문은 분명하다. 현장 구조대의 사망 추정만으로 기업이 사망 공시까지 내는 것이 적정한지, 사망 추정과 의료적 사망 확인 사이의 간극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메우는지, 그리고 그 판단의 최종 책임은 회사와 당국 가운데 어디에 있는지다.


구조 상황, 행정당국의 초기 판단, 의료적 사망 판정 절차가 완전히 겹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사안에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와 HD현대중공업 모두 공식 사망 판정 이전에 사망 공시가 이뤄진 근거와 절차를 아직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