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10명 중 6명이 평생 한 번은 겪는다는 '말 못 할 고민'이 있다. 바로 항문 주위가 지속적으로 가렵거나 타는 듯한 불쾌감을 느끼는 '항문 소양증(Pruritus ani)'이다.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참아보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가려움증을 넘어 우리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7일 래드바이블 보도에 따르면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항문 소양증 사례 100건 중 90건은 항문에서 소량의 대변이나 점액이 새어 나오는 '변실금' 현상 때문에 발생한다.
미세하게 새어 나온 대변이 항문 주변의 민감한 피부를 자극해 염증과 가려움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피부염이나 건선, 감염, 치질, 항문 균열(치열)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며, 드물게는 대장암의 전조 증상인 경우도 있어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베네든 헬스의 수석 간호사 셰릴 리스고 박사는 "향료가 들어간 물티슈나 강한 비누, 심지어 세탁 세제에 대한 피부 반응으로 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배변 후마다 처방받은 연고나 보습제를 바르고, 향이 없는 제품을 사용하며 면 소재의 속옷을 입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특히 변이 딱딱해 항문 피부가 찢어지는 치열의 경우 배변 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고 회복 과정에서 가려움증을 동반하는데, 이때는 따뜻한 물로 좌욕을 하거나 변 완화제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대부분은 위생 습관이나 생활 방식의 변화만으로도 증상이 완화되지만, 병원을 반드시 찾아야 하는 '레드 플래그' 사인도 있다.
가려움증이 낫지 않고 계속 재발하거나 항문에 통증이 느껴질 때, 대변에 검붉은 피가 섞여 나올 때, 배변 습관이 갑자기 변했을 때 등이 해당한다. 항문 주변에 평소와 다른 덩어리나 변화가 느껴진다면 즉시 전문가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단순히 씻지 않아서 생기는 병이라는 편견 때문에 증상을 숨기는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과도하게 닦아내는 습관이 피부 보호막을 파괴해 증상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항문 피부는 매우 얇고 연약하다"라며 "가렵다고 긁거나 강한 세정제로 닦기보다는 미지근한 물로 씻고 잘 말려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