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은 국가 중 한국이 상대적으로 큰 경제적 타격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일(현지 시간)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발표한 '이란 분쟁이 한국에 미친 영향: 수치로 보는 분석' 보고서는 이란 분쟁 발생 이후 한국만큼 큰 피해를 본 비참전국은 없다고 평가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한국이 중동 지역, 특히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자원 의존도가 극도로 높다는 점이 지목됐다. 한국의 원유 수입량 중 약 70%는 중동에서 들어오며,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도 약 35%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공급되고 있다.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헬륨의 경우 64.7%를 카타르에서 수입하는데, 카타르 라스라판 산업단지 생산 중단으로 헬륨 가격이 40% 이상 폭등한 상황이다.
분쟁 발발 후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운항은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분쟁 이전인 2월 한 달간 33척의 한국 국적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으나, 현재 26척이 페르시아만에서 발이 묶여 있다. 이 중 17척이 원유 및 석유 제품 운반선이다.
CSIS는 한국의 석유 비축 현황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으로는 208일분의 전략 비축량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실제 정유 처리 능력(일일 290만 배럴)을 고려하면 정부 비축분만으로는 34일 정도만 버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간 비축분을 합쳐도 67일 수준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한국 경제가 주식시장 폭락, 환율 급등, 성장률 하락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사상 최고치인 6300선을 기록했던 코스피는 전쟁 이후 5000선까지 추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17년 만에 1530원을 돌파했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규모 자금을 회수한 결과로 분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2026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2.1%에서 1.7%로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는 주요국 중 가장 큰 하락폭이다. CSIS는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가 매우 높아 향후 2~6개월간 운송, 물류, 석유화학, 농업, 식음료 등 전 산업에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한국 경제의 구조적 약점이 드러났다고 진단한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가진 한국이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원유 수입선 다변화, 대체 에너지 확대, 핵심 원자재 공급망 재구축 등이 중장기 과제로 떠올랐다.
다만 한국을 '최대 피해국'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에너지 의존도와 산업 구조, 금융시장 충격 등을 다른 주요국과 종합 비교한 정량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분석이 한국의 취약점에 집중한 면이 강하고, 비슷한 충격이 다른 국가에서도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