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들이 항암 치료 중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흔히 챙겨 먹는 '비타민 B3'가 오히려 암세포의 생존을 돕는 '방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에너지 대사에 필수적인 영양소가 암세포에도 활력을 불어넣어 항암제의 공격을 무력화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8일(현지 시간) 미국 매체 뉴스위크에 따르면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의과대학 연구팀은 최근 비타민 B3가 췌장암 세포의 생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비타민 B3는 세포 대사와 복구에 핵심적인 분자인 'NAD+' 생성을 돕는다. 문제는 이 분자가 정상 세포뿐만 아니라 암세포에 의해서도 악용된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췌장암 세포가 비타민 B3 유도체를 이용해 항암 치료의 스트레스를 견뎌내고 생존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조던 빈터 교수는 "비타민이 정상 조직을 보호한다면, 암세포 역시 보호할 것이라는 가설에서 연구를 시작했다"며 "종양을 파괴하기 위해 설계된 치료 환경에서 비타민이 암세포의 보호막이 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5년 생존율이 13%에 불과한 췌장암 환자들에게 이번 연구 결과는 더욱 경고등을 울린다.
연구팀은 비타민 B3가 항암 치료를 방해하는 세 가지 주요 경로를 제시했다. 첫째로 비타민은 세포 복구 시 정상 세포와 암세포를 구분하지 않는다. 항암제로 사멸해야 할 종양에 오히려 생존할 수 있는 힘을 실어준다.
둘째는 종양 내부의 산화 스트레스를 낮춘다는 점이다. 보통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은 건강에 유익하지만, 항암 치료는 의도적으로 산화 스트레스를 높여 암세포를 죽인다. 비타민 B3가 이 수치를 낮추면 항암 효과는 반감된다.
마지막으로 비타민 B3는 DNA 손상을 방지하는데, 이는 항암제가 표적 암세포를 파괴하는 핵심 단계를 가로막는 결과로 이어진다.
빈터 교수는 "결과 자체가 놀라운 것은 아니었지만, 신호의 재현성과 강도가 상당했다"며 "현실 세계에서 고려해야 할 실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향후 노화 방지나 장수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다른 영양제들에 대해서도 유사한 효과가 있는지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건강한 사람들의 비타민 섭취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빈터 교수는 "암 환자 1000명 중 4명에게는 해로울 수 있지만, 암이 없는 나머지 996명에게는 여전히 매우 유익할 수 있다"며 "영양제의 영향은 섭취하는 사람의 건강 상태라는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의료진이 암 환자의 영양제 복용 현황을 더욱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