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의 철칙 같던 '강남 불패'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세금 폭탄을 피하려는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쏟아지며 강남권 집값은 수억 원씩 주저앉는 반면, 비강남권은 실수요를 바탕으로 버티는 이례적인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뚜렷하다.
8일 머니투데이가 직방에 의뢰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6356만원으로 지난 1월(11억7610만원) 대비 18.1% 급락했다. 특히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 3구의 조정폭이 가팔랐다.
서초구는 3개월 사이 평균 가격이 5억원 넘게 추락했고 강남구와 송파구도 각각 4억7천여만원, 2억5천여만원 떨어졌다. 종로구(-34.9%)와 광진구(-33.4%) 등 일부 지역의 하락세도 매서웠다.
시장의 공급 물량은 눈에 띄게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1월 말 약 6만3000건에서 이달 8만2500여 건으로 31% 급증했다.
성동구(72.2%)와 강동구(63.8%) 등 한강변 지역의 매물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5월 9일 양도세 중과 부활 전 처분하려는 급매물이 시장 가격을 끌어내리는 모양새다.
주목할 점은 강남과 비강남의 온도 차다. 강남구가 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는 동안 동대문구(0.65%), 강서구(0.53%) 등은 오히려 상승하며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과거 서울 부동산시장을 관통하던 '하나의 거대한 상승·하락 사이클'은 사실상 해체됐다"며 각 지역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분절화 현상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투자 수요가 높은 강남권은 세제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실거주 위주의 비강남권은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 등으로 방어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예고한 '비거주 1주택' 세제 개편 등 정책 변수가 향후 고가 주택 시장의 향방을 가를 핵심 키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