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세 신구와 85세 박근형이 다시 한번 연극 무대 위에서 조우한다.
지난 7일 오전 열린 '연극내일 프로젝트' 연습 현장 공개 및 기자간담회에서 두 배우는 오경택 연출의 연극 '베니스의 상인' 출연 소식을 직접 알렸다.
박근형은 "신구 선생님과 함께한 '고도를 기다리며' 139회 공연 동안 받은 사랑을 어떻게 돌려드릴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 마음에서 이번 기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이 나눔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오는 7월 개막하는 '베니스의 상인' 또한 많은 사랑을 받게 된다면, 다시 한번 기부 공연을 하자고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신구와 박근형은 프로젝트 참여 배우들의 연습을 지켜보며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신구는 "마치 6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고 "무엇보다 진심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건넸다.
박근형은 "이 세계에 들어온 것을 환영한다"며 "함께 잘 해보자"고 후배들을 격려했다. 이번 프로젝트 참여자 중 선발된 30명은 별도 오디션을 거쳐 '베니스의 상인' 무대에서 두 거장과 호흡을 맞춘다. 공연은 7월 8일부터 8월 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다.
투혼에 가까운 행보다. 1936년생인 신구는 심부전증 진단으로 심장박동기를 착용 중인 상태다.
과거 폐에 물이 차는 등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을 때도 그는 "무대에 대한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며 연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박근형 역시 방송을 통해 절친했던 동료들을 향한 그리움을 나타냈다. 박근형은 "이순재 선배님은 성품이 남을 배려하는 것을 좋아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을 참 즐기셨다"며 "그분 다음이 신구 선생님, 그 다음이 나다. 우리 셋이 연극하는 쪽으로 자주 모였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11월 별세한 고 이순재와의 마지막 기억은 여전히 묵직하게 남아 있다. 박근형은 "수십 년 동안 동고동락하다시피 한 사이라 가슴이 너무 아프다. 모든 후배가 선배님이 해주신 것들을 생각하며 그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인은 생전 박근형의 공연장을 찾아 "앞으로 연극계를 당신이 맡아야 해. 열심히 좀 해줘"라는 당부를 남겼다. 거장의 마지막 유지를 받든 박근형과 심장박동기를 달고 무대로 돌아온 신구의 동행에 연극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