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리얼돌'을 일괄적으로 수입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 판례를 다시 한번 확인하며 유통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리얼돌이 단순히 사람의 형상을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음란물이라 단정할 수 없으며, 성적 사생활의 영역을 존중해야 한다는 법원의 일관된 시각을 반영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유통업체 A사가 김포공항세관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보류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사건은 유통업체 A사가 2020년 3월 리얼돌 3개를 수입하며 시작됐다. 당시 김포공항관세청은 해당 물품이 성풍속을 해치는 음란한 물품이라며 수입 통관 보류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사는 세관 조치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A사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음란’이란 단순히 저속하다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를 넘어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는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해 성적 부위·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이 사건 물품이 사람의 형상과 흡사하다는 이유만으로 ‘음란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음란의 판단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한 2008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한 결과다.
재판부는 성기구의 특수성도 고려했다. 법원은 "성기구는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은밀하게 이용되는 도구"라며 "법령은 성기구를 그 자체로 곧바로 음란물이라고 보고 있지 않다. 청소년 보호를 위한 규제가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성기구가 공공장소에서 사용될 경우에는 다른 법률에 의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대법원 판단 역시 원심과 궤를 같이했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이 사건 물품은 여성의 신체 외관을 본뜬 전신 인형 형태의 남성용 자위기구인 리얼돌로서 전체적으로 여성의 모습을 자세히 표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노골적인 방법에 의해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해 음란성을 띠거나,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신체 외관을 본뜬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수입 허가를 확정했다.
리얼돌 수입을 둘러싼 논란은 2009년 대법원이 처음 수입을 허가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대법원은 수입 금지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리얼돌이 사람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정도로 노골적이어야 하거나,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신체를 사실적으로 본뜬 경우 등에 한해서만 수입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외국산 리얼돌 유통이 늘어나고 2019년 대법원이 다시 수입 허가 결정을 내리자 여성계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기도 했다. 수입 금지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하고 국정감사장에 리얼돌이 실물로 등장하는 진풍경이 벌어진 배경이다.
대법원은 미성년자 형상의 리얼돌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유지하고 있다. 2021년 대법원은 성인 여성 신장에 현저히 미달하고 미성숙한 모습을 묘사한 리얼돌에 대해 "아동에 대한 잠재적 성범죄의 위험을 증대시킬 우려가 있다"며 수입 불허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관세청 역시 소송 패소가 잇따르자 2022년부터 미성년 형상이나 특정 인물 형상, 온열·음성 등 안전 확인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리얼돌 통관을 허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