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02일(목)

밤에 유독 졸졸 따라다니는 우리집 댕댕이, 애정 아닌 '이 신호'일 수 있다

반려견이 밤마다 주인을 졸졸 따라다니는 행동이 단순한 애교가 아닌 통증 신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네덜란드 연구진은 반려견 보호자들이 개의 미묘한 통증 신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일(현지 시각)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교 이네케 R. 판 헤르베이넌 교수팀은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한 연구에서 반려견 소유자와 비소유자 600여명을 대상으로 개의 통증 행동 인식 능력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반려견 소유자 530명과 비소유자 117명에게 온라인 설문을 실시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개의 행동 신호 17가지와 세 가지 상황 사례를 제시한 뒤 통증 관련 가능성을 0~4점으로 평가하도록 했다. 행동 신호는 발 들기나 놀이 감소 같은 명확한 신호부터 하품, 코 핥기, 몸 돌리기 등 미묘한 신호까지 포함됐다.


조사 결과 참가자들은 절뚝거림이나 놀이 활동 감소처럼 눈에 띄는 변화는 통증 신호로 잘 인식했다. 하지만 하품이나 코 핥기, 킁킁거림 등 일상적으로 보이는 행동 속 통증 신호는 거의 알아채지 못했다.


세 가지 사례 분석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참가자들은 다리를 들거나 절뚝거리는 명백한 행동은 통증으로 판단했지만, 가족을 따라다니거나 밤에 불안해하는 미묘한 변화는 통증 가능성을 매우 낮게 평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인지적 편향' 현상이다. 단순히 통증 신호를 몰라서가 아니라 기존 지식이 오히려 잘못된 판단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고개 돌리기'나 '몸이 굳는 행동'을 통증 신호로 인식한 비율은 반려견 소유자(각각 52%, 43%)보다 비소유자(67%, 58%)가 더 높았다. 연구진은 반려견 소유자들이 이런 행동을 스트레스나 공포 반응으로 여겨 통증 가능성을 놓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에서 제시한 미묘한 통증 신호들은 일상에서 자주 목격되는 행동들이다. 가족을 그림자처럼 졸졸 따라다니는 '섀도잉' 행동, 밤에 잠들지 못하고 서성이는 증상, 평소와 다른 수면 자세, 산책 시간을 스스로 줄이려는 행동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보호자들은 이런 행동을 '나이가 들어서' 또는 '애착이 강해서'라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신체적 불편함을 표현하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긍정적인 발견도 있었다. 통증 인식 능력은 학습과 경험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려견이 아팠던 경험으로 간접 교육을 받은 보호자는 미묘한 통증 신호 인식률이 62%로, 경험이 없는 보호자(46%)보다 훨씬 높았다. 본인이 큰 통증을 겪어본 경우(60%)도 그렇지 않은 경우(46%)보다 개의 미묘한 신호를 더 잘 포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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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개의 작은 행동 변화가 통증을 나타낼 수 있다는 내용을 교육에 포함한다면 동물 복지 향상과 물림 사고 예방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는 몇 가지 한계점도 있다. 응답자의 88%가 여성이고, 소유자는 50~65세, 비소유자는 18~35세가 많아 표본 구성이 균등하지 않았다. 또한 설문이 '통증'이라는 용어에만 한정돼 다양한 불편함을 포괄하지 못할 수 있고, 선택지로 제시된 사례가 참가자의 자유로운 판단을 제한했을 가능성도 있다.


연구진은 "향후 연구에서는 보호자의 연령, 성별, 사육 경험 등이 통증 인식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더 자세히 분석할 예정"이라며 "미묘한 통증 신호를 학습할 수 있는 보호자용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검증 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