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수백 년간 풀지 못한 '물의 비밀'이 국내 연구진의 손에서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포스텍(포항공대) 김경환 교수와 스웨덴 스톡홀름대 앤더스 닐슨 교수 공동 연구팀은 물이 서로 다른 두 가지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으며, 그 경계가 사라지는 '액체-액체 임계점'을 세계 최초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과학 기술 분야 최고 권위지인 '사이언스' 최신호(3월 27일 자)에 게재되며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물은 지구상에서 가장 흔하지만, 온도가 낮아질수록 가벼워지는 등 일반적인 액체와는 정반대의 특이한 성질을 지녀 과학계의 오랜 난제로 남아 있었다. 특히 4도에서 가장 무거워졌다가 더 차가워지면 가벼워지는 물의 밀도 변화는 겨울철 강물이 표면부터 얼어붙어도 물속 생명체들이 살 수 있게 만드는 생존의 열쇠이기도 했다.
연구팀은 포항에 위치한 4세대 'X선 자유전자레이저'(PAL-XFEL)를 활용해 영하 70도에서도 얼지 않는 극한의 물을 만들어냈다. 태양보다 수십억 배 밝은 빛을 10조 분의 1초 단위로 쪼아 물 분자의 찰나 같은 움직임을 포착한 결과, 액체-액체 임계점이 영하 60도 부근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특정했다.
이는 물이 고밀도 상태와 저밀도 상태 사이에서 끊임없이 경쟁하며 변화한다는 가설을 실험으로 입증한 첫 사례다.
물의 특별한 성질이 이 두 상태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된다는 강력한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학계에서는 이번 발견으로 물의 물리적 특성을 둘러싼 수십 년간의 논쟁이 종지부를 찍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경환 교수는 "이번 성과는 물의 특별한 성질과 임계점을 둘러싼 오랜 학계 논쟁을 매듭지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생명 현상을 비롯해 다양한 자연 현상에서 물이 수행하는 필수적인 역할을 규명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