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30일(월)

李대통령 발언 뒤 경쟁입찰로 간 '7.8조 KDDX'... HD현대, 강하게 제동 걸어

이재명 대통령 발언 이후 경쟁입찰로 방향이 바뀐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에 HD현대중공업이 처음으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방위사업청의 기본설계 자료 공유를 막아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다. 회사는 영업비밀 보호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시점상 단순한 자료 분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KDDX는 7조8천억원을 투입해 6천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한화오션이 개념설계를,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맡았다. 당초 2023년 12월 기본설계가 끝난 뒤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로 넘어갈 예정이었지만, 사업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면서 일정은 2년 가까이 밀렸다.


흐름이 크게 바뀐 건 지난해 12월 5일이었다. 이 대통령은 충남 천안 타운홀미팅에서 방위사업청을 향해 "군사기밀을 빼돌려서 처벌받은 곳에다가 수의계약을 주느니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던데 그런 것 잘 체크하라"고 말했다. 당시 방사청은 관례대로 기본설계를 맡은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을 맺고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을 잇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과거 군사기밀 유출 사건을 문제 삼으며 경쟁입찰이나 공동설계를 요구해 왔다.


사진제공=HD현대


결국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같은 달 22일 KDDX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방식을 지명경쟁입찰로 결정했다. 방사청은 이후 가장 중요한 기준은 '적법성'이었다며 대통령 발언이 직접 결정을 좌우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그 뒤 KDDX를 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관행을 지우고 공정성을 띄웠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그런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에 전격적으로 방사청을 상대로 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방사청이 지명경쟁입찰 대상인 한화오션에도 기본설계 결과물을 참고자료로 제공하려 하자, 최신 공법과 신기술, 제품 사양, 가격 산정 기준 등 경쟁력에 민감한 정보가 포함돼 있어 불공정 경쟁이 우려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이 배부할 기본설계 자료 195개 항목 가운데 12개 항목의 제외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방사청은 더 강하게 나갔다. 가처분이 제기됐는데도 26일 예정대로 제안요청서(RFP)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배부했다. 사업이 이미 많이 지연된 만큼 절차를 더 늦추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방사청은 31일 사업설명회, 5월 15일 제안서 접수, 7월 계약 체결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방사청 간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업계는 소송 내용보다 시점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수의계약 길이 막히고 경쟁입찰이 굳어진 뒤, HD현대중공업이 그 경쟁입찰의 전제인 자료 공유 범위를 문제 삼아 처음 법원 문을 두드렸기 때문이다. 


KDDX 형상 및 주요 특성 / 사진제공=방사청


단순한 권리 보호라기보다 불리해진 수주 구도에 제동을 걸려는 첫 공개 대응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대통령의 공개 발언과 대척점에 서는 행동이라는 점에도 시선이 쏠린다. 


HD현대중공업 측은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후속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이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그 과정에서 축적한 가격·공법·기술 정보가 경쟁사에 넘어가면 입찰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면 타당한 논리가 있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반면 방사청과 업계 일각에서는 기본설계 결과물의 소유권이 정부에 있는 만큼 지명경쟁입찰에 참여한 업체에는 같은 조건으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도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은 영업비밀 보호라고 설명하지만, 시점만 놓고 보면 이번 가처분을 단순한 자료 보호 조치로만 보기는 어렵다. 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KDDX 입찰 일정에도 변수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