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자녀가 부모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치는 '부모 재양육' 현상이 새로운 효도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젊은 세대가 부모의 디지털 적응을 돕는 이 트렌드는 전통적인 효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움직임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부모에게 현대적 생활 방식을 알려주는 '부모 재양육' 관련 게시물이 급증하고 있다.
해당 해시태그는 한 플랫폼에서만 약 600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SCMP는 이를 "전통적인 효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했다.
자녀들은 부모에게 배달앱 주문 방법, 모바일 결제, 셀카 촬영 등 다양한 스마트폰 기능을 직접 가르치고 있다.
과거 부모가 자녀에게 걷는 법을 가르쳤던 것처럼, 이제는 역할이 바뀌어 자녀가 부모의 디지털 생활을 지원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 교육을 넘어 부모와 자녀 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누리꾼은 효도의 의미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는 효도가 부모에게 음식이나 옷을 사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며 약해지는 부모를 이해하고 인내하는 것이 진정한 효도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물질적 지원에서 정서적 이해와 존중으로 효의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는 '재양육' 과정을 통해 어린 시절 상처를 치유하고 부모와의 관계를 개선했다고 전했다.
한 누리꾼은 과거 어머니가 자신을 '인형처럼' 통제했다며 "어머니가 정해준 대로 옷을 입고, 친구를 사귀며, 전공까지 선택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어머니의 행동이 불안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해하게 됐고, 어머니가 새로운 기술과 다양한 생활 방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관계가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펑화마오 베이징사범대학 심리학부 교수는 "자녀가 부모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동등한 입장에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이 신체 능력 저하로 인해 자녀에게 부담이 되거나 무시당할 수 있다는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와 자녀 간의 동등한 소통과 정서적 교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이 노년층 삶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난달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9551명을 분석한 결과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노인일수록 삶의 만족도와 주관적 건강 상태가 더 높았다.
조사 결과 문자 메시지 전송은 70.6%가 가능했지만, 사진·영상 촬영(49.2%), 정보 검색(46.5%), 영상 통화(41.8%) 등은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SNS 이용(8.0%), 전자상거래(10.8%), 온라인 뱅킹(17.9%) 등의 활용률은 특히 낮았다.
디지털 기기를 3~4개 기능 이상 활용할 수 있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1.5배 높았고, 5개 이상 활용할 경우에는 2.3배까지 높아졌다. 삶의 만족도 역시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이 높은 집단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