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여성 캔디가 동성 파트너의 암 투병과 사별, 그 이후의 삶을 기록한 에세이가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은 파트너 '력사'와 함께한 돌봄의 시간부터 사별 후 애도 과정까지를 진솔하게 담아냈다.
캔디는 이십 대에 만나 삼십 대 전체를 함께한 동성 파트너를 암으로 먼저 떠나보내는 경험을 했다.
저자는 파트너의 투병부터 장례까지 모든 순간을 함께했지만, 자신을 "운이 좋았다"고 표현한다. 2년간 아픈 파트너를 돌보며 자신을 환자의 권리 있는 보호자로 인정하지 않는 병원과, 저자를 그저 '친구'로 여기는 파트너의 혈연 가족들 사이에서 "세세한 것 하나하나를 누군가의 배려와 동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취약한 위치에 있음"을 느꼈다고 회고한다.
김규진은 추천사에서 "퀴어 커플의 경조사는 비전형적인 결합이라는 이유만으로 종종 개인적인 것이 아닌 사회적인 사건이 되곤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고인이 생전에 작성한 유언장에 집행인을 파트너로 지정했어도 실제 장례 절차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는 오직 혈연 가족에게 있다.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취득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대한민국의 현행법은 여전히 퀴어 커플에게 제대로 된 법적 보호를 제공하지 않는다.
저자는 수많은 퀴어 친구들의 장례식에 다녔다고 고백한다. 친구가 죽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슬픈데, 그보다 더 가슴 아팠던 것은 고인의 파트너가 장례식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얻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투병과 죽음이라는 가장 개인적인 문제에서도 퀴어는 소외되고 배제된다. 이렇게 퀴어의 사랑과 돌봄, 죽음과 애도는 정치적인 문제가 된다.
이 책은 총 3개 장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장 '나와 력사의 이야기'는 파트너의 암 선고와 이어진 투병, 돌봄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신이 그전까지는 간병과 돌봄에 대하여 완전히 무지했다고 고백한다. 어쩌면 그래서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할 만큼 돌봄은 힘든 일이다.
두 번째 장 '더 많이 잊기 전에 더 많이 기억하고 싶다'에서는 파트너를 떠나보낸 이후의 시간들이 이어진다.
저자는 애도의 과정 속에서 자신을 돌보며 다시 계속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친구들과 공동체가 건넨 도움 속에서 스스로를 치유하고 회복해나간다. 생일 제사, 1주기 등 저자는 세상을 떠난 파트너를 기억하고 기념할 수 있는 방법을 친구들과 꾸준히 모색한다.
세 번째 장 '남겨진 나날, 살아갈 날들'은 사별 이후의 삶이 단절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관계와 돌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퀴어의 돌봄과 장례, 애도 문제에 관해 계속해서 증언해왔다. 언론에서 취재 요청이 오면 피하지 않고 응했고, 연구 활동과 단행본 집필을 위한 인터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현재 저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 결혼한 상태다. '력사'도 우리의 가족이라고, 우리 모두가 당신의 경험을 통하여 언젠가 겪게 될 문제에 대하여 더 깊이 고민하고 새로운 상상을 해볼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의 배우자 '오쓰'의 관용에서 우리는 깨닫게 된다. 아프고 슬픈 과거라 하여 반드시 우리의 현재 및 미래와 단절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우리의 상실이 우리를 더 크고 넓은 삶으로 이끌어주기도 한다는 것을.
유여원·추혜인은 추천사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돌봄 경험을 증언하고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생각하게 될 것이다. 역시 캔디는 캔디다"라고 평가했다. 권말의 부록에는 유언장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한 설명, 덴마크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 하는 방법, 동성 배우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취득을 신청하는 법까지 실제 경험에 바탕한 실용적인 조언들을 담았다.
이 책은 개인의 경험을 통해 거창한 선언 없이도 차별금지법과 생활동반자법 등 관계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제도적 장치가 왜 필요한지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사랑과 돌봄, 애도의 과정이 특정 가족 형태에만 허용될 수는 없다는 것,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저자는 삶으로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