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인간형 로봇이 처음으로 실전 배치됐다.
미국 기업이 제작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되면서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로봇 전쟁의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과학기술전문지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 등에 따르면, 미국 기업 파운데이션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팬텀 MK-1' 2대가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군사용으로 공급됐다.
전장에서 로봇이 사용된 사례는 2000년대부터 있었지만, 대부분 바퀴나 무한궤도를 장착한 차량형이나 무인항공기 형태였다. 사람과 같은 형태의 휴머노이드가 실제 전투 지역에 배치된 것은 이번이 최초다.
팬텀 MK-1은 키 180㎝, 무게 80㎏의 체격을 갖췄다. 20㎏의 장비나 물품을 운반하며 시속 6㎞로 이동할 수 있어 보병의 급속행군과 비슷한 속도를 낸다. 전신에 전기모터 구동기를 탑재해 매우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인다.
파운데이션이 공개한 영상에서 팬텀 MK-1은 팔과 손을 유연하게 움직이며 기존 로봇의 딱딱한 동작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회사 측은 "로봇다운 경직된 움직임을 제거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시각 인식은 몸통에 설치된 다수의 카메라가 담당한다. 인간의 시야와 같은 가시광선을 감지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자율주행차에 널리 사용되는 라이다 센서는 탑재하지 않았는데, 비용 문제와 함께 전장의 먼지와 연기 환경에서 오작동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팬텀 MK-1에는 고성능 인공지능이 내장돼 카메라로 수집한 전장 정보를 신속히 분석하고 이동 방향을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는 정찰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지만, 권총과 소총 등 일반적인 군용 화기를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팬텀 MK-1의 정확한 사격 실력이나 은폐, 포복 등의 전술 행동 능력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투 목적으로 설계된 휴머노이드라는 점에서 기존 로봇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을 갖는다.
이러한 전투용 휴머노이드의 등장은 미래 전쟁 양상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 부대와 인간 부대가 직접 교전하는 상황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전쟁의 비인간화를 더욱 심화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
또한 각국이 해외 분쟁에 개입할 때 자국민 대신 휴머노이드 부대를 파견함으로써 인명 손실에 따른 국내 정치적 부담을 회피할 수 있게 돼 국제 분쟁이 더 빈번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파운데이션은 현재 적에 대한 공격 결정권을 인간 병사가 갖도록 시스템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팬텀 MK-1이 독자적으로 발포할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전쟁 상황에서 이런 제한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불투명하다. 승리를 위해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전쟁의 본질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공격 권한의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파운데이션은 "대부분의 미국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무기화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만 우리는 다르다"며 "적대국들이 군사용 로봇을 적극 개발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동맹국들도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휴머노이드 병사의 실전 투입으로 터미네이터 영화 속 장면이 현실이 되면서 미래 전장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