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23일(월)

광화문의 밤을 밝힌 BTS의 '아리랑'... 백범 선생이 남긴 '나의소원'은 현실이 됐다

2026년 3월 21일 밤, 서울 광화문 광장에 장엄한 '아리랑' 선율이 울려 퍼졌다. 대한민국의 심장부인 광화문과 우리 민족의 얼이 담긴 아리랑 가락은 TV 생중계를 타고 단숨에 전 세계 3억 명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수백 년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축적된 상징적 공간이, 인종과 국적의 장벽을 넘어선 가장 세련되고 현대적인 글로벌 문화의 용광로로 재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지난 21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에 동시 생중계된 방탄소년단(BTS) 완전체 컴백 공연 'BTS THE COMEBACK LIVE | ARIRANG'은 한국 전통 음악과 현대 팝의 완벽한 조화를 선보였다. 


빅히트 뮤직·넷플릭스


경복궁과 광화문의 단청을 배경으로 한 미디어 파사드가 장관을 이뤘고, 강렬한 힙합 리듬 속에 태평소와 가야금의 선율이 어우러졌다. 


세계 각지의 팬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한국어 가사를 함께 불러 이 특별한 문화적 순간을 공유했다.


이런 모습은 79년 전 백범 김구가 『백범일지』의 '나의 소원'에서 그려낸 조국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일제 치하의 대한민국, 그리고 광복 이후 나라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았던 그는 1947년, 이렇게 적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김구 선생 / 독립기념관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총·칼을 앞세운 제국주의의 앞에서 한인애국단을 조직하고 의열 투쟁을 이어 나갔던 그는 해방된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도 군사력이나 경제력보다 '문화의 힘'을 가장 가지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그의 비전은 2026년 대중문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됐고, BTS는 그 중심에 섰다. 이들은 서구 중심의 글로벌 음악 시장에 어떤 강압도 없이 오직 음악과 메시지로 전 세계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는 중이다. 


이들의 영향력은 음반 판매나 차트 성과를 넘어선다. 해외 팬들이 스스로 한글을 익히고, 한국의 문학과 역사를 공부하며, 이들의 이름으로 기부와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이 지속적으로 전달해 온 '나 자신을 사랑하라(Love Yourself)' 메시지는 세대와 인종, 성별을 초월해 많은 이들에게 위안을 제공했다.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라던 김구의 철학과 정확히 일치한다.


빅히트 뮤직·넷플릭스


이번 앨범 '아리랑'을 살펴보면 우리의 문화를 담으려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첫 트랙 '바디 투 바디' 후반부에는 민요 아리랑의 선율이 삽입됐고, '달아 달아 밝은 달아'의 일부도 샘플링됐다. '넘버29'에는 신라 시대 제작된 국보 29호 성덕대왕신종의 실제 종소리가 담겼다. 


그리고 '에일리언스'에서는 "Pardon 김구 선생님 tell me how you feel"이라는 가사를 통해 김구에게 그 소감을 묻고 있다. 


천년의 세월을 품은 에밀레종의 묵직한 파음이 전 세계 팬들의 스피커를 타고 흐르는 순간, 과연 백범 김구가 이 광경을 보았다면 어떤 대답을 돌려주었을까. 


과거 아리랑은 핍박받고 상실을 겪었던 우리 민족의 '한'을 상징하는 노래였다. 하지만 BTS의 음악을 타고 흐르는 아리랑의 선율은  더 이상 슬픔의 선율이 아니다. 


국적과 언어가 다른 수천만 명의 아미(ARMY)가 함께 어깨를 들썩이며 따라 부르는 거대한 '흥(興)'이자 '연대'의 찬가가 되었다. 


뉴스1


김구 선생이 그토록 바랐던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남에게 행복을 주는 문화'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