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원 규모의 배임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이 캄보디아로 도피한 채 현지에서 호화생활을 이어가고 있어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법조계 소식통들은 23일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지난해 5월 캄보디아 당국에 선 전 회장의 범죄인 인도를 공식 요청했지만, 현지 정부로부터 인도 불가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당국은 한국 법무부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라 재작년 1월 선 전 회장을 현지에서 체포했으나, 5개월이 지난 같은 해 6월 석방 조치를 취했다.
가장 큰 문제는 확정판결을 받은 범죄자에 대해서도 송환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한국과 캄보디아는 2011년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했지만, 이 조약에는 강제 송환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캄보디아 당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있으나, 법적 강제력이 없어 상호주의 원칙에 따른 호의적 협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측은 현재 한국에 체류 중인 반정부 인사와 선 전 회장의 맞교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 전 회장은 2021년 8월 하이마트 인수합병 과정에서 회사와 소액주주들에게 약 2000억 원의 손해를 입힌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혐의로 징역 5년과 벌금 300억 원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판결에 불복할 기회를 제공하겠다'며 법정구속을 하지 않았고, 선 전 회장은 판결 직후인 같은 달 해외로 출국했다. 검찰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이 원인이었다.
검찰은 곧바로 여권 말소 처리와 인터폴 적색수배를 실시했지만, 선 전 회장은 2019년 이미 취득한 캄보디아 국적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현지에서 거주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 측은 "캄보디아 당국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범죄인 인도를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