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외국인 영주권 취득 비용을 최대 30배까지 대폭 인상하며 이민 정책의 급격한 방향 전환을 예고했다. 언어 능력 심사 도입과 체류 요건 강화까지 겹치면서 외국인 정착을 어렵게 만드는 정책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22일 아사히신문 등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0일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비자와 영주권 관련 수수료를 크게 올리기로 결정했다.
개정안에 따라 영주권 신청 수수료는 현행 1만엔(약 9만5000원)에서 최대 30만엔(약 280만원)으로 급등한다. 이는 약 2900% 상승한 수준으로, 기존 대비 거의 30배에 달하는 인상폭이다.
체류 비자 갱신 비용도 기존 6000엔(약 5만6000원)에서 최대 10만엔(약 95만원)으로 대폭 올라간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이 저소득 외국인의 장기 체류를 사실상 차단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은 현재 고령화 심화로 의료, 요양, 건설, 편의점 등 서비스업 전반에서 심각한 인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외국인 정착 비용을 급격히 올리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내외부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일본 내 외국인 인구는 오히려 급증 추세다. 일본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체류 외국인 수는 413만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간 관광객도 4270만명으로 처음으로 4000만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일본 사회 내부 분위기는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과잉 관광으로 인한 피로감과 일부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수수료 인상은 "저소득 외국인 배제"를 노린 정책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한 일본 대학 교수는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개발도상국 출신 이민자들의 정착을 막으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며 "심각한 노동력 부족 상황과 맞지 않는 비현실적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현지 거주 외국인들의 반발도 격렬하다. 한 거주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세금은 성실히 납부하는데 체류 연장에 수십만엔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떠나라는 뜻"이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수수료 인상과 함께 영주권 취득 요건 자체도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1월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영주권 심사 과정에 일본어 능력 평가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10년 이상 거주 등의 조건이 핵심이지만, 향후에는 언어 능력까지 필수 요건으로 추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체류 자격 조건도 더욱 엄격해진다. 교수나 연구자 등 일부 전문직 비자의 경우 기존에는 3년 체류자도 영주권 전환이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5년 체류자만 허용하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
유학생 아르바이트 허가 제도도 현재의 자동 승인 방식에서 개별 심사 방식으로 변경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외국인 유입과 정착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재편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AI와 로봇 기술을 활용해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부 보수 진영에서는 "저임금 서비스직은 결국 자동화 기술로 대체될 것"이라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의료와 요양 등 대면 서비스 분야는 자동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들어 정책과 현실 간의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