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입한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첫 주 만에 전국 주유소 기름값이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중동 지역 불안으로 치솟은 국제유가가 시차를 두고 반영될 전망이어서 현재의 하락세가 지속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2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월 셋째 주(15∼19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829.3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주 대비 72.3원 하락한 수치다.
경유 가격은 더욱 큰 폭으로 떨어져 96.5원 내린 1828.0원에 거래됐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본격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 인하가 실현된 것이다.
지역별 가격 분석 결과 서울이 여전히 최고가를 유지하고 있지만 하락폭도 가장 컸다. 서울 지역 휘발유 가격은 전주 대비 85.4원 급락한 1865.4원을 나타냈다. 반대로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대전은 114.0원 하락한 1804.9원으로 조사되면서 지역 간 가격 격차는 그대로 유지됐다.
상표별로는 정유사 직영점과 알뜰주유소 사이의 가격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SK에너지 주유소가 1835.3원으로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한 반면, 알뜰주유소는 1807.5원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번 유가 하락은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이 시장에 미친 영향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국제 원유시장은 정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 수입 원유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58.3달러로 전주보다 30.4달러나 급등했다. 국제 휘발유 가격도 142.7달러로 14.3달러 상승했고, 자동차용 경유는 203.1달러로 23.5달러 올랐다.
특히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가격에 반영되는 데 통상 2∼3주의 시차가 발생한다는 점이 변수다.
정부도 향후 가격 상승 압력을 인정하고 있다.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고가격이 발표되면 주유소 기름값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국제 제품가격 상승분이 완전히 반영되지는 않더라도 상당 부분이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오는 27일 새로운 최고가격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재의 하락 추세가 일시적 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정부는 가격 규제와 함께 에너지 수요 억제 방안도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 차량 5부제나 10부제 시행 등 에너지 절약 정책이 내부적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구체적인 시행 시기는 추가 검토를 거쳐 확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국민의 소비 절약, 정유사의 가격 인상 자제, 재정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결합해 에너지 가격 부담을 분산하는 정책 구조를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