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21일(토)

'굴착기 보러 간다'며 사라진 6살 아들... 31년 만에 다시 이어진 엄마의 시간

2021년 3월 21일, 전북 완주의 한 어머니는 이미 마음속으로 떠나보냈던 아들을 다시 만났다. 


1990년 여름 '굴착기를 보러 가겠다'며 집을 나선 여섯 살 아이는 31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엄마 품으로 돌아왔다. 오래된 실종 사건 한 건이 아니라, 끊어진 가족의 시간이 유전자 한 장으로 다시 이어진 순간이었다.


당시 전북 완주에 살던 A씨의 아들은 만 6살이던 1990년 7월께 집 밖으로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아이는 지적장애가 있었고, 어머니는 사라진 아들을 찾아 오랜 시간 수소문했지만 끝내 흔적을 찾지 못했다. 남편은 아들을 다시 안아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아들이 이미 죽었을 것이라 여기며 긴 세월을 버텨야 했다.


뉴스1


전환점은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찾아왔다. 어머니는 2019년 다시 경찰서를 찾아 실종 신고를 했고, 경찰 권유로 유전자 정보를 등록했다. 오래전 사건이라 남은 단서는 거의 없었지만, 경찰은 마지막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실종아동 전문기관에 유전자 대조를 의뢰했다. 이 등록이 31년 만의 상봉으로 이어지는 결정적 실마리가 됐다.


희망은 2021년 1월 현실이 됐다. 실종아동 전문기관이 가족으로 추정되는 유사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을 경찰에 알렸고, 경찰은 대상을 추적해 충남 논산의 한 장애인복지시설 입소자와 연결했다. 그는 어린 시절 논산의 거리에서 발견된 뒤 복지시설로 옮겨져 오랜 세월 그곳에서 생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검사 결과, 두 사람의 유전자는 99.99% 일치했다. 경찰은 곧바로 가족 상봉을 주선했고, 서른여섯 살이 된 아들은 31년 만에 어머니와 다시 마주 섰다. 어머니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돼 꿈만 같다'는 말을 남겼다.


이 사연은 장기 실종 사건이라도 끝난 사건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보여줬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이름도, 주소도, 기록도 희미해졌지만 유전자 등록은 가족을 찾는 마지막 좌표가 됐다. 31년 만의 상봉은 한 어머니의 기다림이 만든 기적이면서, 동시에 실종아동 수사 체계가 어디에서 다시 시작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