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주말 드라마 '닥터신'이 뇌 이식이라는 파격적인 의학적 소재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14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 메디컬 스릴러 드라마는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천재 의사와 뇌 손상으로 영혼을 잃어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그리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드라마는 의사 신주신(정이찬)과 톱배우 모모(백서라)의 약혼 후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모모가 스쿠버다이빙 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후, 6개월 넘게 식물인간으로 지내는 딸을 구하기 위해 엄마 현란희(송지인)가 자신의 뇌를 딸에게 이식하자는 극단적 제안을 한다. 실제로 뇌 이식 수술이 이뤄지고, 2회에서는 현란희가 모모의 몸으로 깨어나는 충격적인 장면이 그려졌다.
작품은 '사랑의 대상이 영혼인지 육체인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의학적 금기인 뇌 이식을 소재로 삼았다. 간, 폐, 심장 등 주요 장기 이식이 보편화된 현재, 과연 뇌 이식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뇌 이식에 대한 인류의 시도는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1950년대 소련 과학자 블라디미르 데미코프는 두 마리 개의 머리를 연결하는 실험을 진행했으나, 두 개체 모두 한 달을 넘기지 못했다.
1970년대에는 미국의 로버트 화이트 박사가 세계 최초로 원숭이 머리 이식에 성공해 큰 파장을 일으켰지만, 척수 연결 실패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고 면역 거부 반응으로 약 9일 만에 사망했다. 두 사례 모두 일시적 생존은 가능했지만 정상적인 기능과는 거리가 멀었다.
현재까지 살아있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전체 뇌 이식이나 머리 이식 성공 사례는 전무하다. 2017년 이탈리아의 세르조 카나베로 박사는 특수 화학 접착제를 이용한 시신 간 머리 이식 성공을 주장했다.
연구팀은 살아있는 사람의 뇌혈관과 뇌신경도 같은 방법으로 한 시간 내에 연결해 머리 이식 수술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과학계는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이식한 머리와 몸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한 의미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2024년 미국 스타트업 브레인브릿지(BrainBridge)는 사지마비 환자의 머리를 뇌사 기증자의 몸에 이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수술 과정을 그래픽으로 구현한 영상을 공개했으나, 전문가들은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현재 의학 기술로 뇌 이식은 거의 불가능하다. 가장 큰 장애물은 중추신경계 연결 문제다. 뇌와 몸을 연결하는 척수는 수많은 신경 세포가 복잡하게 얽힌 구조로, 절단 후 정확한 재연결이 현재 기술로는 어렵다. 신경이 한 가닥만 어긋나도 신호가 차단되며, 척수 신경은 손상 시 재생 능력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기능적 회복도 거의 불가능하다.
면역 거부 반응도 치명적인 문제다. 뇌는 인체에서 가장 예민한 장기로, 다른 신체에 이식될 경우 면역계가 이를 이물질로 인식해 공격한다.
수술이 성공하더라도 면역 반응 억제를 위해 강력한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심각한 부작용 위험이 크다.
브레인브릿지의 수술 시연 영상이 화제가 됐을 당시, 영국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 외과의사 카란 랑가라잔 박사는 "머리 이식 수술에서 모든 신경이 무사히 연결되더라도 수술 후 하나라도 빠지면 환자는 즉사할 수 있다"며 "이식 거부 반응을 막기 위해 평생 약물 치료를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술적 문제를 해결한다 해도 윤리적 문제가 남는다. 뇌는 인간의 기억과 의식을 담는 기관으로, 드라마 '닥터신'처럼 엄마의 뇌가 딸의 몸으로 옮겨갔을 때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뇌사 판정 기준, 개인의 본질적 존엄성 훼손 등의 윤리적 쟁점도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장기가 고칠 수 없는 수준으로 손상되거나 식물인간 상태인 환자들에게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뇌 이식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최근에는 뇌를 직접 옮기기보다 기능을 보완하는 기술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다.
BCI는 뇌에 이식한 기기가 신경 신호를 읽어 컴퓨터나 외부 장치를 생각만으로 제어할 수 있게 한다.
2024년 1월, 사지마비 환자 놀런드 아르보는 첫 인체 이식 대상자로 뉴럴링크 칩을 이식받은 뒤 인터넷 검색과 SNS 게시 등 기본적인 디지털 활동이 가능해졌다고 전해졌다. 현재까지 총 12명의 중증 마비 환자가 이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전문가들은 뇌 자체를 이식하는 것보다 손상된 기능을 보완하는 방향이 현재로써는 훨씬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