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시의 한 유치원에서 근무하던 20대 교사가 독감 진단을 받고도 사흘간 출근을 강행한 뒤 중환자실에서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8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부천 소재 유치원 교사 ㄱ씨는 지난해 1월 27일 B형 독감 진단을 받았음에도 1월 30일까지 정상 출근했다. ㄱ씨는 30일 오후 2시경 조퇴한 후 다음날인 31일 입원했고, 당일 오후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결국 지난해 2월 14일 새벽 3시 15분경 중환자실에서 숨을 거뒀다.
사망진단서에는 B형 독감으로 인한 연쇄알균 독성쇼크 증후군, 폐손상, 연부조직 감염, 패혈성 쇼크가 사인으로 기재됐다. 수도권 한 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B형 독감 감염 시 폐 기능 저하와 면역력 감소로 여러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 중 하나가 연쇄알균 독성 증후군"이라고 설명했다.
ㄱ씨는 병세가 악화되는 과정을 가족 SNS에 생생히 기록했다. 1월 28일에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미각을 느낄 수 없다고 호소했고, 29일에는 38.6도까지 오른 체온계 사진과 함께 "너무 아파서 눈물 나"라는 글을 남겼다. 30일 출근 후에는 "너무 춥다"며 39.8도를 가리키는 체온계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유족 측은 "독감 진단을 받은 교사에게 유치원이 선제적으로 휴식을 권유하거나 휴식권을 보장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치원 측은 "교사가 병가나 조퇴를 요청하지 않았고, 외관상 근무가 어려울 정도로 보이지 않아 먼저 병가 사용을 권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유치원 교사들이 처한 현실은 다르다는 증언이 나왔다. 해당 유치원 근무 경험이 있는 한 교사는 "아파서 쉬는 사람들도 유치원에 나왔을 때 '미안하다',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 것이 문화처럼 자리잡았다"며 "특히 사건 발생 시기는 발표회, 졸업식, 입학식이 연달아 있어 업무가 집중된 때였다"고 말했다.
유치원 교사들의 휴가 사용 실태도 문제로 지적됐다. 연차를 방학 때만 사용하는 관례가 평상시 휴가 사용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 제4조는 연가를 수업일을 제외하여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 중심 유보 통합 추진을 위한 학부모연대'의 2023년 사립유치원 교사 근무 실태 조사 결과, '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56.5%에 달했다. 병가가 '아예 없다'는 응답도 53.3%로 집계됐다.
유치원 측은 "교사가 아파서 결근할 때 연차 소진 없이 병원에 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다른 교사의 결근을 허가한 통화 녹음 파일을 제시했다.
유족들은 업무상 재해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 노무법인 울림의 정태영 노무사는 "ㄱ씨가 독감에 걸렸을 시기 해당 유치원에서 원생들 사이에 독감이 유행했고, 발표회 준비로 원생들과 교사가 함께 연습하는 시간이 많았다"며 "ㄱ씨의 업무와 독감 감염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