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흥에서 3세 딸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30대 친모가 6년간 아이의 죽음을 은폐해오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 친모는 초등학교 입학연기 제도를 악용하고 다른 아이를 친딸인 것처럼 속여 학교에 보내는 치밀한 수법으로 범행을 감춰왔다.
시흥경찰서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A씨(30대)를 체포했다고 18일 발표했다. 경찰은 또한 시신유기 혐의로 B씨를 함께 체포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A씨는 2020년 2월 시흥시 정왕동 소재 아파트에서 당시 만 3세였던 딸 C양을 학대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느 날 C양이 이불을 덮고 있는 상태에서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체적인 학대 방법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이다.
C양 사망 후 A씨는 당시 연인 관계였던 B씨에게 시신 처리를 의뢰했다. B씨는 A씨의 요청을 받고 안산시 단원구 야산에 C양의 시신을 유기했다. B씨는 C양의 친부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사건 발생 이후 아이의 사망 사실을 교묘하게 숨겨왔다. 2024년 C양의 초등학교 입학 시기가 되자 A씨는 '초등학교 입학연기 제도'를 이용해 아이가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했다.
초등학교 입학연기 제도는 만 6세 아동의 입학을 1년 유예할 수 있는 제도로, 관할 주민센터에서 간단한 신청만으로 가능하다. 별도 서류 제출 없이 신청만 하면 되는 구조적 허점이 이번 사건에서 범행 은폐 수단으로 악용됐다.
올해 더 이상 입학을 연기할 수 없게 되자 A씨는 다른 아이를 대신 보내는 방법을 선택했다.
A씨는 지난 1월 B씨의 조카를 데리고 예비소집일에 참석했다. 예비소집일 결석 시 즉시 경찰 신고가 이뤄지는 규정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A씨는 이달 3일 입학식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학교 측이 A씨에게 연락을 취하자, A씨는 다음날인 4일 다시 B씨의 조카를 데리고 나타나 체험학습(5일~11일) 신청을 했다.
체험학습 기간 종료 후인 12일에도 A씨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이상함을 느낀 학교는 16일 A씨의 거주지를 방문했으나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신고 당일 오후 9시 30분경 시흥시 정왕동 숙박업소에서 A씨와 B씨를 동시에 체포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통상 학생이 1주일간 결석하면 경찰에 의심신고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건의 경우 주말을 제외하고 3일 만에 신고가 접수됐다"며 "학교의 대응이 늦었다고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교육 관계자들은 미성년자 신원 확인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한 교육계 인사는 "아동들은 성인과 달리 신분증이 없어 사실상 부모가 아이의 신원을 보증하는 형태"라며 "부모가 의도적으로 속이면 학교에서 이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처음에 A씨를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방임 혐의로 긴급체포했으나, 조사 과정에서 이날 오전 C양의 사망 경위에 대한 추가 진술을 확보하고 혐의를 아동학대치사로 변경했다.
경찰은 B씨의 진술에 따라 안산시 단원구 와동 야산에서 C양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은 이불에 싸인 상태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라며 "사건의 구체적 경위를 철저히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