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18일(수)

정부, 중동사태에 '차량 5부제' 검토 착수... 민간 강제시 1991년 이후 처음

정부가 중동 정세 불안정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차량 부제 운행 도입을 검토하한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국내 에너지 수요를 줄이기 위한 비상 대책의 일환이다.


18일 정부에 따르면 기후환경에너지부는 차량 부제 실시 범위와 시기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부제 대상을 공공기관에 한정할지 민간까지 확대할지, 권고 방식으로 할지 의무화할지 등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 뉴스1(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에너지 절약 노력을 범사회적으로 확산해야 한다"면서 "필요하면 자동차 5부제 혹은 10부제 등 다각도의 에너지 수요 절감 대책을 수립해달라"고 주문했다.


차량 부제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근거해 시행될 예정이다. 


동법 제7조 2항에 따르면 기후부 장관과 산업통상부 장관은 국내외 에너지 사정 변동으로 에너지 수급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에너지 사용 기자재 소유·관리자에게 사용 제한을 명령할 수 있다. 


여기서 에너지 사용 기자재에는 차량도 포함된다.


또한 제8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 에너지 효율 이용과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조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뉴스1


이 조항에 근거한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는 공공기관의 승용차 요일제 의무 시행 규정이 명시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여러 차례 차량 운행 제한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1970년대 석유 파동 당시에는 8기통 이상 고급 승용차 운행과 공휴일 승용차 운행을 전면 금지했다. 구급차, 취재차, 외국인차량만 예외로 두었다.


1990년 걸프 전쟁 발발로 유가가 급등하자 1991년 약 두 달간 전국적으로 10부제가 실시됐다. 자동차관리법에 근거해 시행된 이 조치는 위반 시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일부 특수차량을 제외한 모든 승용차와 전세·관광버스, 관용·자가용 버스가 대상이었으며, 시내버스·택시·화물트럭·구급차·경찰차·소방차·우편수송차·외교관차량·언론기관차량·장애인차량 등은 제외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뉴스1


전국 단위로 민관을 가리지 않고 차량 부제가 강제된 것은 1991년이 유일한 사례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홀짝제'로 불리는 2부제 시행이 논의됐으나 최종 실행되지는 않았다.


2006년 6월에는 '신고유가 시대' 에너지 소비 억제책의 일환으로 공공기관 승용차 요일제가 도입됐다. 


당시 에너지 소비 억제책은 3단계로 구성됐는데, 1단계가 공공기관 승용차 요일제, 2단계는 공공부문 2부제와 민간 승용차 요일제, 3단계는 민간 승용차 2부제와 석유 배급제였다.


에너지 절약 목적 외에도 1995년 성수대교 붕괴로 인한 교통 혼잡 예방을 위해 서울에 10부제가 시행됐고, 1997년 동아시아경기대회, 2000년 아셈 회의, 2002년 월드컵 등 국제행사를 위해 국지적으로 부제가 운영된 바 있다.


하지만 차량 부제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공공기관에서 시행 중인 임직원 대상 승용차 요일제의 경우 위반해도 부설 주차장 이용 제한 정도의 약한 제재만 있어 강제성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과태료 등 실질적 제재 부과는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뉴스1


에너지 사용량 감축을 위해서는 민간 차량 운행 제한이 필수적이지만, 차량 운행이 불가피한 다양한 사유로 인해 '운행 허가 예외'를 다수 인정할 수밖에 없어 불편만 초래하고 실효성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 시행되는 비상저감조치에서도 행정·공공기관 2부제가 운영되고 있지만, '장거리 출퇴근 차량', '임산부·장애인·유아 동승 차량', '비상저감조치 대응 차량', '대중교통 접근성 열악 지역 차량' 등은 사전에 등록할 경우 부제를 적용받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