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HDC그룹 정몽규 회장을 동생과 외삼촌 일가 회사 20곳을 지정자료에서 누락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17일 공정위는 정 회장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정 회장이 최장 19년간 총 1조 원 규모의 친족 회사들을 의도적으로 숨겨왔다고 판단했다.
HDC그룹은 1999년 고 정세영 선대 회장이 현대그룹으로부터 친족분리한 후 2000년부터 현재까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또는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2018년에는 HDC㈜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정 회장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총 20개 회사를 HDC그룹 소속회사에서 제외했다.
누락된 회사는 정 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씨 일가 8개 사와 외삼촌인 박세종 SJG세종 명예회장 일가 12개 사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1년 17개, 2022년 19개, 2023년 19개, 2024년 18개 회사가 누락됐다.
HDC그룹은 2000년부터 25년 이상 지정자료를 제출해왔으며, HDC㈜는 2018년 지주회사 전환 이후 7년 이상 공정위에 지주회사 사업현황을 보고했다.
공정위는 정 회장이 친족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계열사 여부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고 봤다.
정 회장은 2006년부터 HDC그룹 동일인으로 지정됐고, HDC㈜ 대표이사로 1999년부터 현재까지 재직하며 계열회사 범위를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음잔디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정 회장의 형제는 누나와 여동생뿐이고, 부계 친족 대부분은 현대그룹 분리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상 친족이 아니게 됐기 때문에 모계 친족인 외삼촌 일가가 전부"라고 설명했다.
음 과장은 "정 회장은 2006년부터 2024년까지 19년간 지정자료를 제출할 때 20개 사를 소속회사 현황에서 누락해왔다"며 "공소시효상 2021년부터의 지정자료 허위제출행위부터 고발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2021년 정 회장과 사촌 관계인 정몽진 KCC 회장을 친족회사 누락 등으로 고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친족회사 확인 강화를 위해 HDC 측에 자료 제출 양식 변경을 요구했다.
음 과장은 "HDC 지정업무 담당자들은 친족회사 직원들에게 해당 친족이 지분 30% 이상 보유한 회사인지 여부를 문의했고, 그 요건에 해당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내부 검토 과정에서 계열사 누락이 적발되면 제재를 받는다는 내용을 분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런 친족회사 관련 사안이 정 회장에게 보고된 것을 확인했다. 정 회장은 친족의 지분율이 낮아 계열회사로 볼 수 없었던 회사까지 일일이 언급하며 해당 친족들을 직접 만나보도록 지시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HDC그룹은 공정위에 자진신고해 계열 편입하거나 친족 분리 신청을 하는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약 20개에 달하는 친족회사들을 누락한 채 2024년까지 매년 지정자료를 제출했다.
음 과장은 "정 회장의 매제는 내부적으로 친족회사 누락이 확인된 시점에 17년째 맡아왔던 HDC 계열사 임원직에서 갑자기 사임해 연관성을 숨기려 했다"며 "정 회장 외삼촌 일가 회사인 쿤스트할레는 외삼촌 일가 최상단회사인 SJG홀딩스가 입주한 세종빌딩 관리 용역을 HDC 계열사에 주는 등 양측 거래관계도 존재했다"고 했다.
정 회장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지정자료에서 누락한 회사들의 총자산 규모는 연간 1조 원을 넘는다. 누락 회사들은 최장 19년간 HDC 소속에서 제외돼 사익편취규제나 공시의무 등 대기업집단 시책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음 과장은 "SJG세종은 매출 규모가 큰 상장회사로서 HDC 측이 조금의 성의만 보였더라도 공시자료만으로 연결된 회사를 제출할 수 있었다"며 "친족회사 현황 파악 등 최소한의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은 결과 장기간 다수의 친족회사가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HDC 측은 "친족 회사는 정 회장이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고 있으며, 1999년 HDC가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 독립한 이래 거래도 없었고 채무보증 등도 전혀 없는 회사들"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처음부터 상호 독립적으로 운영된 친족 회사들에 대한 신고 과정에서의 단순 누락에 불과하며 내부적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절차를 개선했다"며 "이후 절차에서도 정 회장이 고의로 은폐할 부당한 의도나 동기가 없었음을 소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