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아버지가 남긴 100억원 유언장, 딸만 제외한 채 두 아들에게 몰아준 상속 논란이 법정 다툼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7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따르면 삼남매 중 막내딸 A씨가 아버지의 유언장 효력에 대해 법적 조언을 구했다.
A씨 아버지는 생전 "딸은 키워봤자 남의 집 식구"라는 말을 자주 하며 자녀들을 차별했다. A씨는 이런 아버지에게 서운함을 느꼈지만 병상에서 정성껏 간병했다.
A씨는 아버지에게 "지금도 딸은 남의 집 식구라고 생각하냐"고 물었지만, 치매가 진행된 아버지는 엉뚱한 답변만 반복했다. 아버지는 얼마 후 세상을 떠났다.
유품 정리 과정에서 A씨는 '비밀증서유언'이라고 적힌 봉투를 발견했다. 봉투 겉면에는 여러 개의 낯선 도장이 찍혀 있었다.
유언장에는 시세 100억원 상당의 서울 반포구 아파트를 장남에게, 나머지 현금 전부를 차남에게 상속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A씨에게는 경북 상주시 도로 부지만 남겨졌다. 이 땅은 20년 전 약 2억원이던 시세에서 거의 변동이 없었다.
문제는 유언장 작성 시점이었다. 아버지는 5년 전부터 치매 약을 복용했는데, 유언장 작성일이 바로 그 시기와 겹쳤다. 하지만 오빠들은 "아버지 뜻대로 재산을 나누자"며 유언 내용에 따른 상속을 주장했다.
A씨는 "아버지 곁에서 가장 정성껏 돌본 사람은 저였다"며 "유언장이 작성된 시기는 아버지가 같은 말을 반복하고 사람과 날짜를 헷갈려 엉뚱한 대답을 하던 때였다"고 말했다.
A씨는 "그때 아버지가 온전한 정신으로 유언장을 쓴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법적으로 유언 효력을 따져볼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정은영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비밀증서유언은 유언 내용을 비밀로 한 채 봉인해 일정한 절차로 인증받아야 한다"며 "작성 요건이 매우 엄격하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봉투에 도장을 찍고 증인 2명 앞에서 제출한 뒤 5일 이내에 확정일자를 받아야 효력이 인정된다"며 "자필 유언보다 더 복잡한 방식"이라고 했다.
유언 무효를 주장하려면 '유언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정 변호사는 밝혔다. 그는 "입증 책임은 유언 무효를 주장하는 사람에게 있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A씨는 유언장 작성 당시 아버지 진료 기록과 의사 소견서, 주변인 진술, 영상 자료 등을 확보해야 한다"며 "아버지 인지 능력이 저하돼 유언 내용과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의사 능력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치매 진단만으로 유언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정 변호사는 강조했다.
그는 "대법원은 치매 환자라도 유언장 작성 당시 유언 내용과 법률적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의사 능력이 있었다면 유효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유언이 무효로 판단될 경우 민법상 법정상속분에 따라 상속이 이뤄진다고 정 변호사는 말했다.
그는 "반포 아파트를 받는 사람은 다른 상속인에게 현금 정산을 해야 한다"며 "상속세만 30억~40억원으로 예상돼 협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 변호사는 "부동산을 다 팔고 현금 정산하는 방식 등 협의를 시도하는 게 그나마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