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16일(월)

지구 살리려 심은 나무... 위치 잘못되면 오히려 '온난화' 부른다

무작정 나무를 많이 심는다고 해서 지구 기온이 반드시 낮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잘못된 위치에 나무를 심을 경우 오히려 기온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1일(현지 시간) ETH 취리히, 겐트대,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CAR)가 공동으로 수행해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조림(숲 조성) 면적이 두 배 차이 나는 두 시나리오의 냉각 효과가 동일하게 나타났다. 


인도네시아 남동 술라웨시 천연림 / GettyimagesKorea


한반도 약 40배에 해당하는 894만㎢ 규모의 조림 시나리오와 440만㎢ 규모의 조림 시나리오 모두 2086~2100년 기준으로 지구 평균기온을 약 0.13도 낮추는 것으로 분석됐다.


면적 차이가 분명함에도 냉각 효과가 같았던 이유는 고위도 지역 위주의 조림으로 인해 탄소흡수로 인한 냉각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됐기 때문이다.


파리협정의 1.5도 목표 달성이 현재의 탄소 감축 속도로는 어렵다는 우려 속에서, 숲을 조성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방식이은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드는 탄소 제거 수단으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나무를 어느 위치에 심느냐에 따른 냉각 효과의 차이는 지금까지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기존 연구들이 대기와 육지의 기온 변화만 고려한 것과 달리 해류와 수온 변화까지 반영한 최초의 연구다.


연구진은 해양 반응을 포함할 경우 육지의 온도 변화 양상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해양이 고정된 조건에서는 온난화로 나타나던 효과가 해양 반응을 반영하면 냉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면적과 지역 분포가 크게 다른 세 가지 시나리오를 비교 분석했다. 위성·현장 데이터와 기계학습을 결합한 'Bastin 시나리오'(894만㎢)는 고위도를 포함한 광범위한 지역에 조림 가능성을 부여했다.


기후·토지 이용 시나리오 수천 개를 종합한 'Moustakis 시나리오'(926만㎢)는 조림 가능 면적의 상당 부분이 열대 지역에 집중됐다. 국제 기후연구 표준 토지 이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Hurtt 시나리오'(440만㎢)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추정치를 제시했다.


세 가지 서로 다른 재조림 시나리오에 따른 탄소 흡수 및 지표면의 물리적 변화 로 인한 2015년부터 2100년까지의 지구 평균 기온 변화 (Bastin, Moustakis, Hurtt)./네이처


비교 결과 가장 넓은 면적의 Moustakis 시나리오는 0.25도의 냉각 효과를 보였다. 반면 Bastin 시나리오는 Hurtt 시나리오보다 두 배 이상 넓은 면적임에도 냉각 효과가 동일했다.


나무 심기가 기온을 낮추는 메커니즘은 크게 두 가지다. 나무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온실효과를 줄이는 것과 나무가 지표면 온도 자체를 직접 변화시키는 것이다. 연구진은 두 번째 효과가 지역에 따라 냉각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온난화(가열화)가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고위도·극지방에 나무를 심으면 눈으로 덮여 있던 땅이 짙은 숲으로 바뀌면서 햇빛을 더 많이 흡수해 오히려 온도가 상승한다.


흰 눈은 햇빛을 강하게 반사하는 성질인 알베도(albedo)가 높아 태양에너지를 튕겨내 지구를 식히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그 위에 어두운 색의 나무가 들어서면 반사 효과가 줄어들고 태양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하면서 지표 온도가 높아진다.


연구진은 이런 온난화 효과가 탄소흡수로 인한 냉각 효과를 부분적으로 상쇄하며, 고위도 일부 지역에서는 온난화 효과가 냉각 효과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Korea


반면 열대·아열대 지역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이 지역에서는 알베도 문제보다 증발산 효과가 강하다. 나무는 뿌리로 흡수한 토양 수분을 잎을 통해 대기 중으로 내보내는 과정에서 주변 온도를 낮춘다.


사람이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추는 원리와 같다. 아마존, 아프리카 남동부, 동아시아 등에서 이 냉각 효과가 특히 크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지역들이 지표면 온도를 직접 낮추는 효과와 탄소흡수를 통한 냉각 효과를 동시에 제공하는 최우선 조림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북미 중부, 시베리아 등 고위도 지역은 나무를 심을수록 오히려 온도 상승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면서 연구진은 현행 파리협정과 개발도상국의 산림 보전을 지원하는 국제 기후 협약인 REDD+ 등이 산림의 탄소 흡수량만 계산할 뿐, 조림 위치에 따른 온도 효과는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탄소를 많이 흡수하더라도 고위도 조림으로 인한 온난화가 그 효과를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단순히 조림 면적을 늘리는 정책에서 벗어나 냉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지역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최대 냉각 효과가 0.25도에 불과한 만큼, 나무 심기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대체할 수 없으며 어디까지나 보완 수단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