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열린 아시안컵 여자 축구대회에 참가했다가 망명한 이란 여자축구 대표 선수와 스태프 중 일부가 가족에 대한 우려로 망명 신청을 철회하고 이란 귀환을 결정했다.
지난 15일(현지 시간) 미국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호주 이민부 장관 토니 버크가 이란 여자축구 대표팀 선수 3명이 추가로 귀국을 택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시안컵 종료 후 이란 대표팀 선수 6명과 스태프 1명은 중동 지역 전쟁 상황을 근거로 호주 정부에 인도적 망명을 요청했다. 이후 1명이 귀국 의사를 밝혔고, 이번에 3명이 추가로 귀국을 선택하면서 현재 호주에 남아있는 인원은 3명이다.
이란 여자대표팀은 앞서 8일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진행된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필리핀에 0-2 완패했다. 한국전 0-3 패배, 호주전 0-4 패배에 이은 결과로 이란은 3경기 전패, 무득점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문제는 경기 결과가 아닌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대회 후 귀국을 앞둔 시점에서 선수들의 신변 안전 우려가 제기되며 상황이 급변했다.
이란 선수들은 한국과의 첫 조별리그 경기에서 국가 제창을 거부했다. 이러한 행위는 전쟁 상황에 대한 항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지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란 정부는 강력히 반발했다. 국영 방송은 선수들을 "전시의 배신자"로 규정했으며, 진행자 모하마드 레자 샤바지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이후 이란 선수들은 호주전과 필리핀전에서는 국가를 부르며 군대식 경례를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별리그 2차전부터 국가 제창과 거수경례를 재개한 배경에 대해 외부 압력설이 제기됐다. 호주 거주 이란 국제 TV 특파원 알리레자 모헤비는 ABC 뉴스를 통해 "이란 정권과 현지 경호진이 선수들에게 국가 제창과 군대식 경례를 강제했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선수들은 신변 위험을 우려해 망명을 결정했다. 매체에 따르면 망명을 선택한 선수들은 호주 경찰 보호 하에 안전가옥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황은 다시 변화했다. 버크 장관은 성명에서 "밤사이 이란 여자축구 대표팀 선수 3명이 나머지 팀원들과 함께 이란으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수들이 이 결정을 통보한 후에도 호주 당국은 여러 번 다른 선택지를 설명하고 숙고할 기회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버크 장관은 "이 선수들이 호주에서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경험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며 "당국은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그들이 처한 어려운 현실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호주에 남을 경우, 이란에 살고 있는 가족들이 보복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는 "선수들은 부모의 재산 압수나 가족이 인질로 이용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귀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