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항공사들이 연료비 부담을 항공료에 전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주요 항공사들의 항공권 요금이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로 유가가 치솟으면서 항공사들의 운영비 증가가 승객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9개 주요 항공사 중 저비용 항공사인 스피릿항공의 국내선 편도 최저가는 193달러(한화 약 29만 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주 대비 2배 이상 뛴 수준이다.
유나이티드항공과 델타항공 같은 대형 항공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 항공사의 국내선 사전예약 요금은 최근 1주일 동안 최소 15%에서 최대 57%까지 올랐다.
특히 미 대륙을 횡단하는 장거리 노선의 가격 인상폭이 가장 컸다.
한 미국 여행객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4월 하와이행 항공권을 예매한 지 이틀 만에 가격이 400달러(한화 약 60만 원)나 올랐다"며 "전쟁 초기에 미리 예약해둔 게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원유 운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 불확실성이 항공업계에 타격을 주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연료 효율성이 높은 신형 항공기를 보유한 항공사는 비용 상승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지만, 노후 기종을 운영하는 항공사들은 유가 변동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항공사들의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주요 항공사 주가는 전쟁이 발발한 지난달 28일 이후 종가 기준으로 10~20% 떨어졌다.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항공사들의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항공료 인상에도 불구하고 항공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여행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국내 여행 수요가 상대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미국의 봄방학 시즌과 겹친 영향도 있다.
일부 항공사들은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대부분 항공편의 좌석이 매진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스콧 커비 유나이티드항공 CEO는 "최근 이란 사태 같은 지정학적 위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과거보다 둔화된 양상을 보인다"며 "유가 상승으로 항공료가 오르지만 연료비가 하락하면 항공료도 자연스럽게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