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의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진출을 두고 일부 대만 누리꾼들이 '점수 조작'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대만에 진출한 한국 떡볶이 프랜차이즈가 이를 소재로 한 마케팅을 펼쳐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업체는 '한국인 사장이 사과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가 강한 반발에 부딪혀 삭제했지만, 현지 교민들과 야구 팬들은 "혐한 정서를 이용한 부적절한 마케팅"이라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11일) 떡볶이 프랜차이즈 '두끼'의 대만 공식 SNS 계정에는 "점수 조작을 해서 미안하다. 한국인 사장이 사과한다"는 문구가 담긴 홍보 게시물을 올렸다.
게시물에는 한국인으로 보이는 남성이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모습의 사진 여러 장이 포함됐다. 사진 속 인물은 "우리가 점수를 조작하면 안 됐다", "대인배들은 떡볶이를 미워하지 말아 달라"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대만 두끼 측은 게시글에서 한국과 호주의 경기 상황을 언급하며, 한국 타자 문보경이 고의로 삼진을 당했다는 취지의 표현을 사용했다.
해당 게시물에서는 대만 내 8개 매장에서 12일부터 31일까지 2명이 방문하면 540대만달러에 식사를 제공하는 할인 이벤트도 함께 홍보했다. 이 금액은 대만이 한국을 5-4로 꺾은 경기 결과를 상징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9일 열린 한국과 호주 경기에서 나왔다. 당시 한국은 9회 초 상황에서 호주를 상대로 7-2로 앞서고 있었고, 문보경이 마지막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만약 한국이 8-3으로 승리했다면 대만이 조 2위로 8강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경기 결과, 한국은 7-2 승리를 거두며 극적으로 8강에 진출했고, 대만은 탈락했다.
이후 일부 대만 팬들은 문보경의 삼진을 두고 고의 삼진 의혹을 제기하며 그의 SNS에 악성 댓글을 남겼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해 대만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현지 누리꾼들은 "스스로 올라가지 못한 결과를 왜 다른 나라 탓으로 돌리느냐", "국가 망신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문제의 마케팅 게시물이 공개되자 대만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댓글에는 "한국 기업이 이런 방식으로 혐한 분위기를 이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양국을 동시에 조롱하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일부 대만 이용자들도 "한국 음식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이런 방식으로 홍보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특히 게시물에 사용된 '무릎 꿇는 사과 사진'은 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아냥 의미로 쓰이는 밈으로 알려져 논란을 키웠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게시물은 삭제됐다. 두끼 본사는 "해당 게시물은 대만 파트너사가 자체적으로 기획한 것으로 본사와는 무관하다"며 삭제와 함께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K-푸드 브랜드로서 부적절한 방식이었다"며 유감을 표했다.
대만 두끼 측도 이후 영상을 통해 사과했다. 영상에 등장한 남성은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밝히며 "한국의 WBC 8강 진출을 한국인으로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을 소재로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려 했지만 문구 선택에 신중하지 못했다"며 야구 팬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대만 두끼 법인은 12일 공식 사과문을 통해 "야구의 열기를 활용해 팬들과 소통하려 했지만 기획과 소통이 충분하지 못해 불편을 드렸다"며 "내부적으로 마케팅 과정을 전면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논란이 된 2인 540대만달러 할인 이벤트는 3월 31일까지 계속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보경은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진행된 대표팀 훈련 후 인터뷰에서 대만 팬들의 악성 댓글에 대해 "당황스럽긴 하지만 그만큼 아쉬웠던 마음 때문일 것"이라며 "칭찬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다만 고의 삼진 의혹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하겠다"며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스포츠 결과를 둘러싼 온라인 논란이 기업 마케팅과 결합되면서 더 큰 갈등으로 번진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한국 브랜드가 현지의 반한 정서를 마케팅에 활용한 점에서 적절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