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온 지 10분 만에 품절" 스파오의 콜라보 제품에 종종 따라붙는 문구다.
출시 당일 온라인 스토어가 마비되고, 오프라인 매장 앞에는 개점 전부터 줄이 늘어선다. 캐릭터나 콘텐츠 팬들이 출시 직후 몰리면서 주요 상품이 빠르게 동나는 현상이 반복되자, 패션업계에서는 스파오를 두고 '콜라보 장인'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SPA 브랜드가 즐비한 국내 패션 시장에서 스파오가 유독 '콜라보 맛집'으로 통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스파오는 협업 범위를 꾸준히 넓혀왔다. 초기에는 캐릭터 중심 협업이 많았지만, 이후 영화, 애니메이션, 아이돌, 웹툰 등 다양한 지식재산(IP)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영화 '해리 포터',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 아이돌 그룹 NCT, 웹툰 '화산귀환'과 '전지적 독자 시점', 프로야구 구단 두산베어스 등이 대표적이다.
'산리오캐릭터즈', '먼작귀', '망그러진 곰', '리락쿠마' 등 인기 캐릭터와의 협업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전략이 단순한 캐릭터 상품을 넘어 팬층이 뚜렷한 콘텐츠와 결합하면서 화제성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 이게 옷으로 나와?"라는 반응을 이끌어내는 의외성이 화제성으로 이어지고, 팬들에게는 '내 취향을 알아봐 준 브랜드'라는 유대감을 형성한다는 분석이다.
차별화 포인트는 제품 기획 단계에서도 드러난다. 스파오는 일부 협업 상품을 준비할 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투표 등을 통해 디자인이나 색상, 자수 문구 같은 세부 요소에 대한 소비자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소비자를 단순한 구매자가 아닌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주체로 끌어들이는 이른바 '프로슈머(prosumer)' 전략이다. 자신이 의견을 낸 상품이 실제로 출시되는 경험이 소비자에게 일종의 참여감과 만족감을 주면서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콘텐츠의 '세계관'을 상품에 녹여내는 방식도 눈에 띈다. 단순히 캐릭터 로고를 넣는 수준을 넘어 작품 속 분위기와 설정을 의류 디자인에 반영해 소비자가 해당 IP의 세계관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 전략이다. 예를 들어 '해리 포터' 협업에서는 기숙사 콘셉트 의류와 파자마가 출시됐고, '짱구는 못말려' 협업에서는 캐릭터의 일상적인 장면이나 분위기를 살린 잠옷과 생활복이 판매됐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전략이 MZ세대의 소비 성향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이들에게 의류는 단순한 패션 아이템을 넘어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덕질'의 연장선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스파오는 협업 상품을 단순한 한정판 의류를 넘어 콘텐츠 경험의 연장선으로 기획하고 있다. 팬덤을 능동적인 소비 주체로 끌어들이고 쌍방향 소통을 통해 제품을 완성해 가는 방식이 SPA 브랜드의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랜드그룹의 스파오는 지난해 추정 매출이 6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콜라보 전략이 실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취향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 팬덤과 호흡하는 스파오의 실험은 국내 패션 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팬덤이 형성된 콘텐츠와 패션의 결합이 주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업계에서는 스파오의 협업 전략을 SPA 브랜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새로운 생존 방정식으로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