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대 비상활주로를 방위산업 전시장으로 활용하는 계획이 알려지며 군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 위기 상황 시 지휘부와 병력의 긴급 전개에 쓰여야 할 핵심 안보 시설을 장기간 행사장으로 내어주는 것이 과연 군 대비태세 측면에서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1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육군 관련 단체가 추진 중인 방산 전시회 '대한민국국제방위산업전(KADEX)'가 충남 계룡대에 위치한 군 비상활주로를 전시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계룡대 비상활주로 위에 축구장 두 개가 넘는 약 1만 6,500㎡(약 5,000평) 규모의 초대형 천막 2동과 길이 300m에 달하는 거대한 전시장 구조물이 세워질 예정이다.
전시 기간 자체는 닷새 남짓이지만, 천막 설치부터 철거, 아스팔트 시설 복구까지 고려하면 약 4개월 동안 활주로의 본래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무거운 천막을 고정하기 위해 활주로 바닥에 구멍을 뚫는 천공 작업이 필수적인 데다, 각종 전기와 통신 설비까지 설치되어야 해 훼손에 대한 우려도 크다.
계룡대는 육·해·공군 본부가 모두 모여 있는 우리 군의 핵심 지휘 기지다. 이곳의 비상활주로는 전쟁 등 비상 상황 발생 시 수송기와 헬기가 즉시 뜨고 내릴 수 있도록 항상 완벽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행정 재산이기도 하다.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행정자산의 민간 사용 허가는 '용도나 목적에 장애가 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또한 군 당국은 해당 시설 주변에 "이 지역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초경량비행장치(드론 포함) 비행 금지 구역"이라는 경고문을 설치해 두고 있다.
한 군 관계자는 "비상활주로는 평소 사용 빈도가 낮더라도 유사시 바로 사용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는 시설"이라며 "행사 준비 때문에 장기간 사용이 제한된다면 군 대비태세 측면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군 행사였던 지상군 페스티벌이 활주로 인접 공간에서 이동형 장비 중심으로 진행된 것과 달리, 이번 전시는 활주로 위에 고정식 대형 천막을 설치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또 지상군 페스티벌을 주관한 곳은 공공기관(군)이지만, 방산전시회는 민간 단체 및 전시사업자라는 차이도 있다.
KADEX, 홈페이지에는 전시회 개최 장소를 계룡대로 밝히고 있다.
다만 국방부 대변인실에 따르면 11일 현재까지 KADEX 측이 계룡대 비상활주로를 행사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 공식 협조 요청이 접수되지 않았다.
최근 주한미국의 전략 자산 중 일부가 중동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보도로 인해 안보 태세 유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 시설을 전시장으로 사용하는 것은 안일한 대처라는 비판도 나온다.
K-방산 수출 확대를 위한 산업적 플랫폼도 중요하지만, 국가 안보와 직결된 작전 시설 활용은 철저히 대비 태세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