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가 3월 31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회사는 실적과 주주환원, 거버넌스 개선 의지를 강조하지만, 정작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주총 직전 코웨이 지분을 대량 매도하며 5% 공시선 아래로 내려갔다.
공시상 목적은 '투자 자금 회수'지만, 단순 차익 실현이 아닐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얼라인)가 코웨이 이사회의 독립성 부족을 정면으로 문제 삼는 시점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지난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블랙록은 최근 코웨이 지분 장내매도를 통해 지분율을 5.00%에서 2.67%로 낮췄다. 매도 주식 수는 177만5090주로, 지난 10일 종가 기준 약 1300억원 규모다. 이번 매도는 지난 2월 말 집중적으로 이뤄졌고, 5% 아래로 내려가면서 향후 지분 변동 공시 의무도 사라졌다.
코웨이 입장에서 더 곤란한 대목은 단순히 지분이 줄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왜 하필 방준혁 이사회 의장 재선임과 감사위원 선임 표 대결을 앞둔 시점이었느냐는 점이다.
이번 주총은 배당 확대 요구를 넘어 지배구조 검증 무대로 번졌다. 얼라인은 코웨이 이사회가 최대주주 넷마블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고 보고, 감사위원회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리선출 감사위원 후보로는 박유경 전 APG자산운용 신흥시장 주식부문장과 심재형 전 지누스 대표를 추천했다. 얼라인은 이 후보들이 이번 주총에서 이사회에 진입하지 못하면 사실상 다음 기회는 2029년 이후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방 의장이 넷마블과 코웨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구조는 얼라인이 줄곧 문제 삼아온 사안이다. 분리선출 감사위원 2석을 놓고 회사 측과 얼라인이 표 대결을 벌이면서, 이번 주총의 핵심은 단순한 이사회 구성 문제가 아니라 내부 감시 기능을 누가 쥐느냐로 옮겨갔다. 외국인 지분율 약 58%, 국민연금 6.61%, 넷마블 25.77% 구도에서 국민연금과 해외 기관의 의결권이 결과를 가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이런 상황에서 블랙록의 지분 축소는 코웨이에 결코 가볍지 않은 신호다. 블랙록이 얼라인 편에 섰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주총을 앞두고 코웨이 지분을 역대 최대 규모로 줄인 시점은, 회사의 밸류업 메시지가 대형 기관을 붙잡지 못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코웨이는 실적과 제도 개선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자본시장은 숫자만 보지 않는다. 특히 주총 직전 대형 기관투자가가 어떤 포지션을 취하는지 민감하게 본다. 코웨이 설명대로 현 체제가 충분히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면, 블랙록이 주총을 앞두고 공시선 아래로 내려가는 장면은 덜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블랙록은 2019년 넷마블의 코웨이 인수 직후 주요 주주로 올라섰고, 2023년 하반기 주가가 4만원대로 떨어졌을 때는 오히려 지분을 늘렸다. 그런 블랙록이 최근 주가가 8만~9만원대를 오가는 국면에서 지분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는 점은, 코웨이의 실적과 밸류업 메시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코웨이 관계자는 블랙록 매도로 인한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의 본질은 단기 수급 충격이 아니다. 행동주의 펀드가 이사회 독립성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시점에, 대형 기관투자가가 공시선 아래로 물러났다는 사실 자체다. 실적이 개선되는 국면에서도 대형 기관의 지분이 줄었다는 사실은, 표 대결 결과와 별개로 코웨이가 짚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