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와 세기의 바둑 대결을 벌인 이세돌 9단이 10년 만에 인공지능과 다시 만난다. 이번에는 대결이 아닌 협업을 통해 새로운 바둑 모델을 만들어낸다.
9일 이세돌 9단은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리는 인공지능 스타트업 인핸스 주최 행사에 참석했다.이곳은 10년 전 알파고와의 역사적 대국이 펼쳐진 바로 그 장소다.
이세돌 9단은 인핸스의 에이전틱 AI 기술을 활용해 '미래의 바둑'을 구상하고 바둑 모델을 실시간으로 재구성한 후 대국을 진행할 예정이다.
새로운 바둑 모델은 이세돌 9단이 음성 명령을 통해 직접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세돌 9단이 바둑 모델의 실력 수준을 조정하거나 게임 진행 방식을 현장에서 즉석으로 구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앞서 지난 5일 이세돌 9단은 서울대 과학학과와 한국과학기술학회가 주최한 특별 대담에서 "에이전틱 AI로 앱을 만들며 대국해 볼 수는 있겠지만 정식으로 대국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그는 "기술을 미리 접해본 입장에서는 알파고와 같은 프로그램을 20~30분이면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점을 확실히 느꼈다"고 밝혔다.
2016년 알파고와의 대결을 앞두고 당시 전문가들은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예상했다. 바둑의 경우의 수가 10의 170승에 달해 컴퓨터가 모든 경우를 계산하기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직관과 경험이 기계를 압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알파고 개발팀은 탐색 범위를 축소하는 '정책망'과 승률을 산출하는 '가치망'을 결합한 인공지능 바둑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결과는 알파고의 4대 1 압승이었다. 이세돌 9단은 2019년 은퇴를 발표하면서 여러 인터뷰에서 알파고 패배가 은퇴 결심의 주요 원인이었다고 언급했다.
알파고가 강화학습의 위력을 입증한 다음 해 트랜스포머 AI 기술이 등장했다. 이 기술은 2022년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챗GPT 개발의 기반이 됐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인간과 AI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알파고 대국 이후 바둑 기사들이 AI를 활용해 포석을 학습할 정도로 AI 기술이 급속히 발전했고, 이세돌 9단도 AI와 바둑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다고 전했다.
이세돌 9단은 5일 "AI는 그냥 신이다"라며 "AI가 두는 수에 의문을 갖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표현했다. 그는 "바둑이라는 것이 인간의 관점에서는 무한하지만 컴퓨터 관점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오늘(9일) 진행되는 이세돌 9단과 AI의 재회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대형 전광판, 캐나다 토론토, 일본 도쿄 시부야 스크램블 등 세계 주요 도시 중심가에서도 동시 중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