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05일(목)

'36주 낙태' 병원장 1심 징역 6년... 법원 "살인죄 성립"

서울중앙지법이 임신 36주 차 산모에게 불법 낙태 수술을 시행한 병원장에게 징역 6년의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4일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병원장 윤씨에게 징역 6년과 벌금 150만원을 선고하며 11억5016만원을 추징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수술을 집도한 의사 심씨에게 징역 4년을, 산모 권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사회봉사 200시간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권씨는 살인죄의 공범으로 인정됐습니다.


또한 윤씨에게 환자를 소개하고 알선비를 받은 브로커 한씨 등 2명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1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모든 피고인에게는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도 함께 명령했습니다.


권씨 유튜브


재판부는 "모든 인간은 헌법상 주체로서 모체에서 갓 태어난 태아의 생명권도 존중받아야 합니다"라며 "태어난 이상 하나의 사람으로 존중받아야 하고 누구에게도 살해할 권한은 없습니다"라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피해자는 빛 한번 보지 못하고 숨 한번 쉬지 못한 채 차디 찬 냉동고에서 사망했습니다"라며 "피해자가 마주했을 고통과 공포는 짐작하기 어려우며, 피고인들의 범행은 절대적 가치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으로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산모 권씨에 대해서는 "의료진과 순차적, 암묵적으로 공모해 태아를 살해했으며 미필적으로 살해 고의가 있었습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권씨가 태아의 심박수가 정상임을 인식했고, 시체 처리에 동의하며 그 절차를 위임했으며, 사산 과정에 관심을 갖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의료진이 태아를 사망에 이르게 할 것을 알고 있었다고 봤습니다.


다만 "엄벌해야 마땅하나 위기 임산부에 대한 사회 구조적 법적 보호 장치가 아직 부족하다고 보여 이번에 한해 집행유예를 선고합니다"라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병원장 윤씨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이 우려되자 진료 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하고 직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지시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시도했습니다"라며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볼 자료가 없습니다"라고 질타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한편 윤씨의 주요시설 변경 무허가 운영 관련 의료법 위반 부분은 무죄로 판단됐습니다. 재판부는 윤씨가 운영한 곳이 허가가 필요한 '병원'이 아닌 '의원'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윤씨와 심씨는 2024년 6월 임신 36주 차인 권씨에 대해 제왕절개를 통한 낙태 수술을 진행한 뒤 태아를 미리 준비한 사각포로 덮고 냉동고에 넣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당시 윤씨는 권씨의 진료기록부에 건강 상태를 '출혈 및 복통 있음'이라고 허위 기재하고 태아를 사산한 것처럼 조작했습니다. 이후 수술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자 태아의 사산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검찰 조사 결과 윤씨는 병원 경영 어려움으로 낙태 수술을 통해 수입을 얻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윤씨는 2022년 8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입원실 3개와 수술실 1개를 운영하며 낙태 환자들만 입원시켜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심씨는 건당 수십만원 가량 사례를 받고 수술을 집도했으며, 윤씨는 해당 기간 동안 브로커들에게 환자 527명을 소개받아 총 14억6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사건은 권씨가 '총 수술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논란이 일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해당 영상 논란이 이어지자 보건복지부는 2024년 7월 해당 유튜버와 낙태 수술을 한 의사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현행법상 임신 24주를 넘는 낙태는 불법이지만, 2019년 4월 헌재가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국회에서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처벌 규정이 없는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