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04일(수)

"딸 치료해줄게" 87억 갈취... 가짜 무당 행세한 40대 부부의 잔혹 수법

가상의 무속인을 앞세워 피해자들을 심리적으로 조종하며 수십억원을 갈취한 40대 부부가 검찰의 철저한 보완수사를 통해 법정에 서게 됐습니다.


지난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단장 하충헌)은 지난달 9일 A(49)씨와 B(46)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공갈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습니다.


부부였던 A씨와 B씨는 2018년께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C씨에게 접근했습니다. 이들은 C씨의 장애를 가진 자녀를 치료해줄 수 있는 용한 무속인을 안다며 접근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조말례'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무속인은 C씨에게 장애 치료 방법이라며 다양한 지시를 내렸습니다. 가족과 떨어져 다른 곳으로 이사하라는 지시도 있었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자식들에게 화가 닥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A씨는 무속인의 지시를 따르라며 C씨를 지속적으로 부추겼습니다.


그러나 C씨와 접촉한 무속인 조말례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이었습니다. A씨가 직접 무속인 역할을 하며 연출한 치밀한 자작극이었던 것입니다.


A씨와 B씨는 이후 C씨에게 성적 동영상을 촬영하게 한 뒤, 이를 가족에게 공개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10억원 상당의 아파트 지분과 77억원의 수표 등의 재산을 빼앗았습니다.


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빚을 떠안게 된 C씨는 사기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입니다.


이 사건의 전모는 전혀 다른 횡령 사건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가해자들은 C씨의 전남편 D씨에게도 같은 수법을 사용해 접근했고, 65억여원의 회사 자금을 횡령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D씨 역시 지난해 12월 특경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됐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검찰은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후 단순한 횡령 사건이 아닌 배후가 있는 가스라이팅 범죄로 판단하고 보완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이후 검찰은 피해자와 참고인 조사, 계좌 추적, 국세청 등 관계기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로 A씨와 B씨가 사건의 배후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를 통해 C씨와 관련된 범행의 전모까지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검찰은 A씨와 B씨가 이웃으로부터 6억2천여만원을 가로채고 아동 학대를 교사하는 등의 추가 범죄 혐의도 수사하고 있습니다.


서울남부지검 중경단 정광일 부장검사는 "검찰에서 20여년간 근무하면서 이처럼 충격적인 사건은 처음 본다"며 "피해자의 비상식적인 진술로 초기 수사가 쉽지 않았지만 보완수사를 통해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인권을 보호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대검찰청은 해당 사건을 처리한 서울남부지검 형사부가 지난해 장기미제 사건을 적극적으로 해결한 점을 높이 평가해 이날 오후 남부지검을 찾아 포상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했습니다.


대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남부지검 형사부의 1년 초과 장기미제 사건은 2건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남부지검 형사부 전체 미제사건은 1천33건으로 같은 해 8월 26일(2천660건) 대비 61.2% 줄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