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최근 공개 행보를 줄인 것은 개인 방어를 위한 후퇴가 아니라, 조직의 신뢰 훼손에 대해 수장으로서 위로부터 책임을 지겠다는 선택에 가까웠습니다.
최 회장은 지난 2월 12일 내부 서한에서 상속세 관련 보도자료의 데이터 신뢰성 논란을 '뼈아픈 일'로 규정하며, 대한상의 주관 행사를 당분간 중단하고 임원진 전원 재신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국가 차원의 행사와 과제에는 책임 있게 참여하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멈춘 것은 자체 주관 행사이지, 경제단체 수장으로서의 공적 책무 전체가 아니었습니다.
이후 대한상의는 2월 27일 정기 의원총회를 서면 결의로 대체하고, 상법 개정안 등 민감한 현안에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2016년 이후 사실상 재계의 '맏형' 역할을 해온 대한상의가 장기간 침묵하는 모습은, 신중함을 넘어 대표성의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금의 대외 환경이 더 이상 이런 공백을 오래 허용하기 어려운 국면이라는 점입니다. 3월 3일 경제6단체가 국회에 '대미투자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긴급 호소문을 낸 것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으로 에너지 공급망이 마비 위기에 처하고 유가가 급등하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미국발 통상 불확실성과 함께 경제계 전체를 대변할 스피커의 필요성은 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최 회장의 의제 설정 능력이 사라진 것도 아닙니다. 그는 지난 2월 20일부터 21일까지 워싱턴DC에서 열린 TPD 2026에서 AI, 에너지, 금융 협력과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직접 강조했습니다. 대한상의 일정만 멈췄을 뿐, 국가 경제 어젠다를 읽고 말할 수 있는 리더로서의 기능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최태원 회장 개인의 조기 복귀'가 아닙니다. 대한상의 공적 기능의 재가동입니다. 이미 책임 있는 멈춤은 있었고, 내부 쇄신도 시작됐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책임감의 연장선에서 국가적 과제를 수행하는 일입니다.
첫 메시지는 상속세 논란이나 조직 내부 문제가 아니라, 통상 대응과 공급망 안정, AI 경쟁력, 에너지 안보 같은 국가 단위 의제가 돼야 합니다. 그래야 이번 움직임이 개인 방어가 아니라 경제단체 수장으로서의 역할 복원으로 읽힙니다.
대한상의는 내부 쇄신을 이어가고, 최 회장은 바깥을 향한 경제계의 목소리를 다시 맡는 역할 분담. 그것이 지금 가장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는 방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