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03일(화)

'아파트는 장남에게' 父 금고 속 포스트잇 유언... 법적 효력 인정되나

청렴한 공직자로 살아온 아버지가 남긴 포스트잇 한 장이 삼남매 사이에 상속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최근 삼남매의 장남 A씨는 YTN '조인섭의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 출연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슬픔을 추스르기도 전에 현실적인 문제들이 닥쳐왔다"고 털어놓았습니다. A씨에 따르면 아버지가 남긴 유산은 어머니가 거주 중인 12억 원 상당의 아파트 한 채와 현금 1억 원이 전부였습니다.


A씨는 자신이 비록 동생들처럼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거나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부모님 댁 근처에 살며 효도를 다해왔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일주일에 서너 번씩 본가에 들러 두 분을 살피고 반찬을 만들어 날랐다. 편찮으신 아버지를 병원에 모시고 다니며 손발이 된 것도 바로 저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하지만 남동생과 막내 여동생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간 남동생은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아파트를 즉시 매각해 법정 상속분대로 나누자고 주장했습니다. 10년 전 결혼할 때 아버지로부터 전세자금 3억 원을 지원받은 막내 여동생 역시 자신의 지분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상황이 복잡해진 가운데 A씨는 아버지의 개인 금고에서 '아파트는 장남에게 준다'고 적힌 자필 포스트잇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이를 유언으로 여기고 있지만, 동생들은 단순한 메모에 불과하다며 법적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준헌 변호사는 "안타깝지만 이 포스트잇은 유언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이 성립하려면 유언 내용뿐만 아니라 날짜, 주소, 성명을 모두 손으로 써야 하고 날인까지 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아버지가 펜으로 적은 이 포스트잇은 얼핏 보면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인정되려면 유언만 기재돼는 게 아니라 날짜, 주소, 성명을 반드시 함께 손으로 쓰고 날인까지 해야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평소 부모님을 돌본 A씨가 상속분을 더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이 변호사는 "단순히 자주 찾아뵈었다거나 잠깐 모시고 산 수준만으로는 기여분을 인정받기 어렵다"며 "상당 기간 동거하거나 직업을 희생하면서까지 간병했다거나, 돌아가신 부모님의 상속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했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기여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 변호사는 "얼마나 오랫동안 부모님 댁 근처에서 살았는지, 그동안 부모님을 어떻게 모셨는지, 병원에 얼마나 자주 모시고 다녔고, 병원비가 얼마나 들었는지, 그 병원비를 사연자님이 부담하신 적이 있는지, 만약 있다면 그 금액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해 입증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또한 이 변호사는 A씨의 동생이 단독으로 아파트를 처분하거나 관리할 법적 권리는 없다고 밝혔고, 여동생이 과거 받은 전세자금 3억 원은 특별수익으로 인정될 수 있어 관련 계좌 자료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해결 방안으로 "A씨나 A씨의 어머니가 아파트를 소유하기로 하고 동생들에게 지분에 해당하는 돈을 주는 방법으로 아파트를 지킬 수도 있다"며 "동생들에게 지급할 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앞선 상속재산분할심판에서 가급적 사연자님의 기여분을 최대한 인정받으셔서 동생의 지분을 최소화 해놓는 게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이라고 제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