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첫 보름달이 환하게 차오르는 정월대보름, 바로 오늘(23일)입니다.
정월대보름이 되면 고소한 오곡밥에 갖가지 나물을 곁들여 먹고 부럼을 깨물며 올 한 해 무사태평을 기원합니다. 이른 아침에는 귀밝이술 한 잔을 나누며 좋은 소식이 끊이지 않기를 바라고, 마당에 모여 달집을 태우거나 쥐불놀이를 하며 액운을 날려 보냅니다.
그런데 우리가 즐겁게 복을 빌며 먹는 음식들 사이로, 옛사람들이 "이날만큼은 조금 참아보자"며 조심스레 멀리했던 음식들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사실 정월대보름에 '이것만은 절대 안 돼!'라고 정해진 엄격한 규칙이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지역마다, 집안마다 전해 내려오는 다양한 금기들을 들여다보면 조상들의 다정한 마음 씀씀이가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명절 내내 맛있게 먹었던 기름진 전이나 부침개를 대보름에는 잠시 내려놓기도 했습니다. 기름기가 입가에 돌면 공들여 불러 모은 복이 '미끄러져' 나갈까 봐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명절 내내 고생한 소화 기관에 잠시 휴식을 주려는 옛사람들의 지혜가 "복이 미끄러진다"는 재미있는 상징으로 표현된 셈입니다.
마늘이나 고춧가루처럼 향이 강한 음식도 이날만큼은 인기가 없었다고 합니다. 대보름은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북적북적 축제를 즐기는 날인데요,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덕담을 나누는데 입 냄새가 실례가 될까 봐 배려했던 마음이 "청정한 기운을 유지해야 한다"는 풍습으로 남은 것입니다.
또한 국물이 너무 넉넉한 음식도 귀한 복이 밖으로 훌훌 넘쳐버릴까 봐 조심스러워했다고 하니, 우리 조상들이 복을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 새삼 느껴지지 않나요.
어떤 동네에서는 닭이 땅을 파헤치는 모습이 복을 긁어 없애는 것 같다고 해서 닭고기를 멀리했다는 이야기까지 있으니, 대보름 음식 하나하나에 담긴 상상력이 정말 풍부합니다.
맛있는 음식도 좋지만, 오늘만큼은 옛 선조들의 마음을 따라 액운을 피해 보는 건 어떨까요. 작은 조심이 올 한 해의 더 큰 복을 불러올지도 모르니까요.
정월대보름인 오늘, 둥근 보름달 아래서 소중한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여러분의 마음속에도 보름달처럼 꽉 찬 복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