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02일(월)

"다 잡아놓고 풀어줬다" 경찰의 '충격 실수' 때문에 280억 도박꾼들 전원 석방

280억원대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당이 경찰의 절차 위반으로 수집된 증거가 배제되면서 전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지난 1일 청주지법 형사3단독 지윤섭 부장판사는 도박공간개설 혐의로 기소된 A(41)씨 등 9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A씨 일당은 2021년 9월부터 약 6개월 동안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약 280억 원 상당의 도박금을 입금받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수사는 다른 사건에서 시작됐습니다. 경찰은 한 투자사기 사건을 수사하던 중 관련자의 계좌가 도박사이트 환전 계좌로 사용된 정황을 포착했고, 해당 계좌의 거래가 이뤄진 해외 IP 주소를 추적하면서 별도의 도박사이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추적 과정에서 청주의 한 건물 사무실에서 IP를 우회해 접속한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해당 장소를 드나들던 A씨 일당을 운영진으로 특정했습니다. 이후 금융기관 등을 압수수색해 도박사이트 계좌에서 이들의 월세, 차량 렌트비, 고속도로 통행료 등이 지출된 내역을 확보했습니다. 포털 클라우드에서 도박사이트 운영 관련 사진도 확보해 검거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측은 수사 절차의 위법성을 문제 삼았습니다. 경찰이 금융기관과 포털에 압수수색 영장 원본이 아닌 사본을 팩스로 제시했고, 압수 이후에도 압수물 목록을 교부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경찰은 뒤늦게 영장 원본을 제시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적법한 집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수사기관은 압수수색 영장 원본을 반드시 제시해야 하며, 이를 위반한 경우 원칙적으로 적법한 집행으로 볼 수 없다"며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또한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도박사이트 운영 사무실로 의심된 장소에 대한 직접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하지 않아 컴퓨터 등 핵심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고, 관련자 진술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배제된 증거를 제외하면 공소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도박사이트 운영에 관여했을 가능성에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범죄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