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매출 100조원을 바라볼 수 있는 사상 최대 외형을 기록하고도, 전사 경영을 이끌었던 조주완 전 대표이사(현 고문)의 보수를 전년보다 줄였습니다. 외형 성장과는 결이 다른 선택입니다.
지난 24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조 전 대표의 지난해 보수는 총 23억 8800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도 29억 9200만원과 비교하면 6억원 이상 감소한 수치입니다. 기본 급여는 소폭 늘었지만, 성과를 반영하는 상여금이 14억원대에서 7억원대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 영향이 컸습니다.
같은 기간 LG전자는 90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하며 외형을 키웠습니다. 그러나 수익성은 다른 흐름을 보였습니다. 영업이익은 감소했고, 영업이익률은 2%대까지 낮아졌습니다. 매출 증가와 이익 둔화가 엇갈린 구간에서, 보수 산정의 기준이 외형보다 수익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이번 보수는 조 전 대표의 임기 마지막 해를 기준으로 산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습니다. 통상 퇴임을 앞둔 경영진에게는 일정 부분 예우가 반영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 결정은 실적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과거 LG전자 CEO들의 임기 최종 해 보수 수준과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높다는 인상은 주지 않습니다. 업계에서는 성과와 보상을 연동하는 원칙이 비교적 분명하게 적용된 사례로 해석합니다.
실제로 전임 경영진 사례를 보면 차이가 드러납니다. 2019년 물러난 조성진 전 부회장은 퇴임 직전 해에 27억원대 상여금을 받았습니다. 지주사로 자리를 옮겼던 권봉석 부회장 역시 당시 12억 5천만원 규모의 상여를 수령했습니다. 당시와 비교하면 LG전자의 외형은 크게 확대됐지만, CEO 보수는 오히려 줄어든 셈입니다.
매출 90조원에 근접한 현재와 과거를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이번 보수 결정이 외형 확대만으로 설명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영업이익률 2%대라는 수익성 지표가 보수 산정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립니다.
이사 보수한도 역시 하향 조정됐습니다. 2018년 90억원이던 한도는 80억원을 거쳐 올해 70억원까지 낮아졌습니다. 회사 측은 실제 집행 규모를 반영한 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경영진 보수 총량 관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업계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 이후 강조해온 '질적 성장'을 함께 거론합니다. 구 회장은 외형 확대보다는 수익 구조 개선과 사업 체질 전환을 강조해왔습니다. 배터리 사업 분사와 포트폴리오 재편 등 최근 그룹 차원의 움직임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돼왔습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LG는 계열사 자율 경영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다. 구광모 회장 역시 그러한 행보를 보여왔다"라면서 "그럼에도 보상 체계는 그룹과 회장이 지향하는 방향성과 무관하다고 보긴 어렵다"라고 해석했습니다.
또 "매출 증가에도 상여가 줄어든 것은 겉으로 보이는 외형보다 이익을 중시하는 기조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전 대표는 현재 LG전자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고, 경영의 바통은 류재철 CEO(사장)가 이어받았습니다. 다만 이번 보수 결정이 보여준 방향성은 분명합니다. 90조원 매출이라는 외형적 성과와 별개로, 보상의 기준이 수익의 질에 놓여 있다는 점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보수 축소는 단순한 감액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LG가 어떤 지표를 '핵심 성과'로 판단하는지 드러난 사례로 해석되며, 향후 경영진 보상 체계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지 주목됩니다.